[유망기업/벨금속공업]불황요?팔기 바빠요

  • 입력 1997년 4월 14일 07시 59분


『중소기업이 제조업으로 성공하려면 한 우물만 파야 합니다. 이것 저것 손대기엔 그러잖아도 부족한 자원을 집중할 수가 없거든요』 국내 최대의 손톱깎이 제조업체인 벨금속공업의 李喜平(이희평·55·사진)사장. 한국전쟁 직후 미군 드럼통을 자재로 손톱깎이를 만들었던 이 회사를 지난 71년부터 맡아 세계에서 손꼽히는 손톱깎이 업체로 키운 「손톱맨」이다. 이 회사의 로고이자 브랜드인 「종(鐘)표」는 내수시장을 평정한 데 이어 미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손톱깎이 업체인 트림사 카이컷사 등도 눌렀다. 행여 아류(亞流)가 나올까봐 11개 선진국에 실용신안 및 상표등록도 마쳐 둔 상태. 해외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는 빠짐없이 참가, 판로를 개척하거나 바이어들의 기호변화를 면밀히 챙겨왔다. 사방에서 불경기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벨금속공업은 95년 7백80만달러에서 지난해엔 9백30만달러로 순조롭게 수출을 늘리는 중이다. 최근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도금 손톱깎이나 매니큐어 세트 등 분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관리만으론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간단한 기능을 가진 손톱깎이지만 수천번을 써도 손톱이 물리거나 이로 물어뜯은 듯한 자국이 나지 않아야 하거든요』(朴峻永·박준영 서울사무소장) 「종표」 손톱깎이가 뛰어난 강도와 내구성을 자랑하는 것은 냉연강판을 프레스로 찍은 뒤 열처리하는 과정의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조금만 온도가 맞지 않아도 불량딱지가 붙는다. 「벨」은 이 핵심 열처리공정을 자동화한 뒤 모든 완성품을 투시기를 동원, 불량품을 가려내고 있다. 이사장 역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성능을 시험한다. 그러다보니 이사장의 손톱이 남아있는 적이 거의 없고 피부를 파고들 정도로 항상 짧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표 손톱깎이의 불량률은 해외 바이어들의 용인수준인 5%를 훨씬 밑도는 2∼3%. 요즘 「벨」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중국산 불법 복제품들이다. 종표시는 물론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그대로 복제, 반값공세에 나서고 있기 때문. 박소장은 그러나 『유럽의 한 바이어가 중국산 복제 손톱깎이를 1년넘게 구매하다 최근 다시 우리쪽으로 돌아왔다』며 『납기와 품질관리만 잘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02―275―6198 〈박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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