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부도 원인]최고 경영진 방관 사태악화

  • 입력 1997년 3월 19일 19시 54분


[허승호기자] 삼미그룹이 끝내 법정관리에까지 이른 1차원인은 철강경기 부진 탓이지만 최고경영진의 무책임한 자세도 상당한 원인제공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80년 金斗植(김두식)전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장남 金顯哲(김현철·당시 30세)씨가 회장에 취임했으나 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도산위기에 몰리다 삼일빌딩과 프로야구단을 매각하는 것으로 간신히 회생했다. 특수강 경기호전으로 한때 재계 매출액순위 17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89년 미국의 알텍사와 캐나다의 아틀라스 등 해외특수강공장을 인수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영이 회생 조짐을 보이지 않자 김회장은 95년말 『북미공장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말만 남긴채 회사를 동생 金顯培(김현배)현회장에게 물려주고 캐나다로 훌쩍 떠났다. 특수강사업에 염증을 느낀 그는 그곳에서 공장 정상가동보다는 매각쪽에 더 신경을 썼다. 현재 밴쿠버 교외 코퀴들람에 살고있는 김전회장은 막내동생 顯棋(현기·37)씨와 닭고기 패스트푸드점인 「케니로저스로스터」체인을 캐나다에서 13개, 미국에서도 4개를 운영중이다. 이와 관련, 삼미의 한 임원은 『회사가 이지경인데 무슨 돈으로 닭고기체인을 인수했는지 모르겠다』며 『삼미는 망해도 본인만은 살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달초 삼미특수강 공장일부를 포철에 팔 때를 전후해서는 포철과 합의를 해놓고도 일부 대주주들이 매각금액에 반발, 합의취소를 발표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의사결정과정의 난맥상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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