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렉스공법」도입 의문점들]

  • 입력 1997년 2월 4일 08시 22분


[林奎振 기자] 한보철강의 전격적인 부도처리는 자금난과 함께 검증되지 않은 코렉스공법을 채택한 무모함에 있다는게 철강업계의 지적이다. 포항제철도 코렉스공법 채택의 이유로 「21세기를 대비한 기술축적」을 들고 있는데 한보철강은 코렉스공법을 주력 공법으로 덜컥 채택한 것. 이에 따라 코렉스공법을 도입하는 과정에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혹 ①▼ 포항제철과 한보철강의 코렉스공법 채택. 포항제철은 지난 92년 12월8일 오스트리아 배스트 알핀사와 코렉스 설비도입계약을 체결한 뒤 93년 2월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했다. 상공부의 고도기술 확인을 받은 포철은 93년 11월부터 설비공사에 착수, 95년말 준공했다. 포철은 알핀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3년간에 걸쳐 상당한 논란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포항제철 코렉스공장장은 『세차례에 걸친 임원토론회와 기술토론회를 거쳐 코렉스 설비를 도입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하지만 실제 공장이 완공된 뒤 제대로 돌아갈지는 전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간의 시험가동끝에 현재 생산과 품질면에서 정상가동중이지만 고로체제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포철의 코렉스 설비투자액은 2천8백억원. 확신할 수 없었던 공법에 투자한 자금치고는 지나치게 많다는게 관련업계의 얘기다. 한보철강은 이같은 코렉스공법에 1조원을 투자, 사운을 걸다가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철강업계는 한보철강이 순수한 자체판단으로 코렉스공법을 채택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포항제철은 한보철강의 선택과 관련, 어떠한 문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 한보철강에 코렉스 공법을 권유한 세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통산부로부터 「코렉스공법 등을 채택하면 제철사업 허용을 고려해보겠다」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혹 ②▼ 코렉스공법의 고도기술(신기술)고시. 지난 90년 상공부는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코렉스공법을 재무부에 추천했고 재무부는 91년 이를 고도기술로 고시했다. 상공부는 이후 93년 2월 포철이 코렉스설비기술 도입신고서를 제출하자 재무부고시를 근거로 고도기술로 확인했다. 통산부(당시 상공부)는 또 95년 2월 한보철강이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하자 고도기술로 확인, 세제혜택을 받도록 했다. 지난 90년이면 포철에서 코렉스공법에 대한 기술적 검토에 들어간 시점인데 91년에 고도기술 고시가 이뤄진 점도 의문사항. 당시 배스트 알핀사는 89년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철강협회 세미나에서 코렉스공법을 홍보한 바 있다. 지난 70년부터 포철과 교류해온 배스트 알핀사는 세계 3대 철강엔지니어링 업체다. 당시 유일하게 코렉스공법을 적용했던 남아공 이스코아사는 기술적 문제때문에 정상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혹 ③▼ 코렉스설비 공사비와 수익성 문제. 포항제철은 지난 92년 12월 8일 배스트알핀사와 1천5백억원에 코렉스설비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도입료 60억원을 포함한 코렉스 본체값이었다. 포철측은 모두 2천8백억원을 투입, 연산 60만t규모의 코렉스설비 1기를 완공했다. 포철측은 수익성과 관련, 『코렉스설비 도입은 기술축적에 보다 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을 논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포철관계자는 『솔직히 고로와의 경쟁력이란 차원에서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보철강은 같은 코렉스설비에 기당 5천3백억원을 책정, 의혹을 사고 있다. 한보측은 오는 7월에 완공되는 코렉스설비 2기엔 모두 1조5백98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설명. 하지만 포철측은 부대시설을 고려해도 1기에 5천억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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