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달라지는 생활/파견근로자]전문인력도「1회용시대」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3분


「李鎔宰기자」 「해고할 때 소송 걱정을 안해도 되고 퇴직금을 줄 필요도 없는 근로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시도하다가 분규에 휘말려본 기업주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음직하다. 그런 근로자들이 우리 주위에 늘고 있다. 이른바 「파견근로자」다. 이들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파견해 줄 인력파견업체에 고용돼 일이 생길 때마다 품을 팔러 나간다. 고용기간은 며칠 단위에서 1년이상까지 다양하다. 파견근로자가 청소와 경비 등 단순노무만 맡는 것은 옛날 얘기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경영컨설턴트 등 특정분야의 전문인력을 업체에 알선해 주는 파견업체들이 서울에만도 10여곳이 성업중이다. 대졸학력이상 고급인력 파견업체인 「유니온」의 경우 확보인력 2천여명중 석사학위 소지자가 20%이상 된다. 박사급인력도 상당수며 60%이상이 30대다. 劉演五(유연오)유니온사장은 『기업들의 업무영역이 전문화 미분화되면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90년대초만 해도 중소기업이 주고객이었으나 요즘은 삼성 쌍용 등 대기업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3년간 사업규모가 연평균 200%씩 신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파견업체를 통해 S그룹계열의 시스템통합업체에 6개월 계약으로 들어간 J씨(38)는 전산학 석사학위 소지자로 월 4백만원을 받고 있다. J씨를 고용한 업체의 인사담당자는 『월급만 보면 부담스럽지만 고급인력을 복리후생비 및 퇴직금 걱정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급히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을 때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J씨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규직원들은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노조의 눈치를 전혀 볼 필요가 없는 J씨같은 근로자들이 늘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걱정하기 때문. 노동법 개정으로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높아지면 산업현장엔 파견근로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에 따른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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