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 봤다는게 큰 의미”…부국제에 모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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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존 조와 저스틴 전 감독, 배우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왼쪽부터)이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IFF는 올해 한국계 미국 영화인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코리아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아 디아스포라’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열고 네 사람을 초청했다. 부산=뉴스1

“부산국제영화제에 올 때마다 ‘내 영화를 여기서 상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관객들과 함께 제 영화를 봤다는 게 제겐 정말 의미가 큽니다.”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엔 한국계 미국인 영화인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이민자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2021년)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정 감독과 ‘미나리’ ‘옥자’(2017년) ‘버닝’(2018년) 등에 출연한 배우 스티븐 연, 영화 ‘서치’(2018년)의 배우 존 조와 ‘푸른 호수’(2021년) ‘자모자야’(2022년) 등을 연출한 감독 겸 배우 저스틴 전이 부산을 찾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존 조는 “BIFF가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준 게 영광”이라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한국인들이 궁금해한다는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시점에 한국에 왔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기술, 영화, 문화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은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관찰자로서 한국에 온 의미가 크고 큰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네 사람은 “반갑다”고 입을 모았다. 정 감독은 “한국 영화는 굉장히 한국적이고 독특하다. 대담하기도 하다. 그런 작업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한국과 미국의 영화인들이) 서로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스틴 전은 “한국 영화는 감정을 중시하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더 흡입력과 울림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짚었다. 저스틴 전은 “이 자리에 앉아서 우리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존중받는다는 게 굉장한 힘이 된다”면서 “이제는 백인 동료들이 한국 콘텐츠를 이야기하며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 제가 어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라고 했다. 스티븐 연은 “한국 콘텐츠의 부흥은 당연히 너무나 기쁜 일”이라며 “디아스포라(이산·離散)로 사는 사람으로서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배우인 스티븐 연과 존 조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노조 규정에 파업 중 배우들은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 관련 언급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스티븐 연은 “할리우드에서 배우나 작가들에게 안전망이 없다. 업계가 이들의 미래를 보장하고 공정한 소득을 지급하도록 안전망을 확보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부산=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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