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김현 방통위원 “21세기 대한민국, 5공 회귀…방송 장악 결코 쉽지 않을 것”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3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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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위원, 임기 마치고 소회 밝혀…“무자비한 폭거에 무력감”
브리핑 앞서 눈물 보이기도…“방송 자유·공익 위해 힘써달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임기를 마친 김현 위원이 최근 방통위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을 두고 “21세기 대한민국이 5공화국으로 회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방통위 문을 나선다. 방통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운영돼야 함에도 최근 두달 반 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위법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의 브리핑은 상임위원 임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소회를 밝히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은 이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보이거나, 수분 가량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지난 2008년 방통위가 설치된 이후 상임위원 5인이 협의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표결로 의결한다는 원칙이 이어져 왔으나, 최근 80여일 동안 3인 체제 방통위에서 TV 수신료 통합징수, 공영방송 이사 해임 등 주요 안건들이 졸속으로 의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자고 일어나보니 흑백 TV 세상이 됐다. 21세기 대한민국이 5공화국으로 회귀한 듯하다”며 “위원장 직무대행의 직권남용에 단식까지 하며 대응했지만 무자비한 폭거 앞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방송 장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지만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에서 안건을 의결할 때 최소 의결정족수인 4명이 반드시 채워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김현 상임위원의 임기 만료에 앞서 방통위는 이상인 상임위원까지 포함해 3인 체제로 진행돼왔다.

김 위원은 수신료 통합징수 등 주요 안건이 상정됐을 당시 안건 통과에 반대해 회의에 불참해왔다. 하지만 김 직대는 이 위원과 함께 2인 체제로 회의를 강행해왔고, 김 의원은 이를 두고 의결정족수에 미달됐는데도 회의를 진행했다며 수차례 반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상임위원들이 의사를 논의하고 의결하라는 정신은 방통위 설치법에부터 담겨 있다”며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방심한 틈을 타 폭거가 자행되고 있다. 당분간은 2인 체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지금 같이 단 2명이 방송 장악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면 탄핵의 마일리지를 쌓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같은 김 위원의 지적에 발맞춰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운영이 가능한 현행 방통위법 개정 추진에 나서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회의를 재적위원 3인 이상 출석 개의,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 의결을 골자로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위원은 “현 정권에서 방통위 직원 60여명이 조사를 받고 2명이 구속되는 엄청난 일을 겪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버티는 직원들에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며 “방송의 자유와 공익성을 높이고 원칙의 틀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 위원은 상임위원 임기 종료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아직 정당인이 아닌 만큼 (방송 장악 방지) 관련 활동을 위해서는 좀더 주변 분들과 상의를 해야할 것 같다. 그간 이야기를 많이 못했으니 대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과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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