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짱 각도는 오른 뺨일까, 왼 뺨일까?[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7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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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사진 No. 20]

▶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사진으로 요즘 사진에 대해 생각해보는 백년 사진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봐왔던 이미지에 대해 한번 되돌아보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지난 세기의 낡은 이미지를 발굴해 보고자 시작했습니다. 가능한 1주일에 한번씩 토요일에 포스팅하려 하고 있습니다.

▶ 100년 전 이번 주, 동아일보 사진부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었네요. 지면 PDF를 아무리 뒤져봐도 눈에 띄는 사진이 없습니다. 인물 사진 3장 이외에 스케치성 사진 2장이 1주일 치 신문에 실린 사진의 전부였습니다. 사진이 뉴스를 시각화해서 독자에게 보여주고, 시선을 끌기 위한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런 인식이 별로 없었을테고, 또 인쇄 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면에서는 아주 빈약한 위치였다는 걸 잘 보여주는 한 주였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문에 게재되었던 3장의 인물 사진도 어쩌면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통해 촬영되거나 입수되어 인쇄되었을 거 같긴 합니다.
신문에 얼굴 사진이 실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뉴스 인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인물 사진 3장을 골랐습니다.
새로 귀국한 허성씨
새로 귀국한 허성씨
5월 23일자에 실린 사진을 보면 ‘새로 귀국한 허성씨’라고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체육을 연구하고 10년 만에 귀국했다는 기사내용이 있습니다.
좌측 얼굴 아래쪽에 카메라를 설치해 약간 우러러보는 느낌으로 촬영되었습니다.

▶5월 24일자 신문에 실린 사진은 “영국의 새 수상으로 임명된 볼드원씨”라는 설명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923년 5월 23일부터 수상에 취임했고 이후에도, 두 번 또 총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영국에서 어제 발생한 뉴스의 인물 사진을 바로 다음 날 한국의 신문에 게재했다는 사실이 좀 놀랍습니다.

영국 신 수상에 임명된 볼드원씨
영국 신 수상에 임명된 볼드원씨
다만, 카메라가 피사체보다 높은 곳에서 ‘찍어 누르듯’ 촬영되어 권위적인 느낌보다는 오히려 왜소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외국인이지만 중년의 남성이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어 부드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 5월 24일자에 실린 ‘바이올린의 세계적 명수 크라이슬러’씨 사진은 앞의 두 사진과 달리 주인공의 직업을 보여주는 소품이 손에 들려 있습니다. 내한 공연을 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를 소개하는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입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뉴스 인물을 표현할 때 악기를 비롯해 직업을 보여주는 소품이나 배경을 사진에 함께 넣고 찍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인물 사진을 ‘environmental portrait’라고 하고, 배경이나 소품없이 얼굴만 표현하는 인물 사진을 ‘mug shot‘이라고 합니다.
바이올린이 세계적 명수 크라이슬너씨
바이올린이 세계적 명수 크라이슬너씨


▶신문사 사진기자들은 불이 나거나, 열차가 탈선하거나, 정치인들이 싸우거나, 천연기념물이 발견되는 등 굵직한 사건사고를 찍으러 다닌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신문사 사진기자를 하려고 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막상 하루 일정을 보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이 인물 사진입니다. 아마 사진기자 일의 50% 이상이 인물 사진 찍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일정이 많다보니 한 사람을 찍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간단한 인사말과 소소한 이야기로 어색한 분위기를 아이스브레이킹하고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기자를 만난 사람들이 사진기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으로 뉴스 인물과 그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가 지속해서 확인되기 때문에 사진기자 이름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지고는 있습니다.

▶ 인물 사진 얘기를 한 김에, 제가 예전에 어디선가 갈무리해놨던 노하우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사진에서 자신의 모습이 잘 나오게 하려면 3가지를 명심하라고 말했다. 정면을 보지 말고 비스듬히 포즈를 취하며, 턱을 내리고, 미소를 짓는 것이다(맨즈 헬스 잡지의 전속 모델 앤디 스피어).
2. 카메라를 바로 앞에 대고 찍으면 얼굴의 특징이 왜곡될 수 있다. 2m 거리에서 찍으면 얼굴이 평평하고, 20㎝ 안의 거리로 바짝 대고 찍으면 코가 너무 커보이므로 40㎝에서 85㎝ 거리에서 찍으면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준다(영국 요크대학 심리학 교수 대니얼 베이커 박사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3. 우리나라 사람들은 왼쪽 뺨이 오른쪽 뺨을 찍은 사진보다 자연스럽고 자기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초상화도 그렇다. 1천원, 5천원, 1만원 짜리 지폐에 그려진 이황 이이 세종대왕의 초상화는 왼쪽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보면 된다. 왜 왼쪽일까? 왼쪽 얼굴에 사람의 인상이 더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우뇌와 좌뇌로 이뤄지는데 우뇌는 감정 표현을, 좌뇌는 논리적 표현을 담당한다.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음악이나 미술을,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 수학이나 과학을 잘한다. 우뇌는 사람의 신체 왼쪽을, 좌뇌는 사람의 신체 오른쪽을 관장하는데 감정 표현이 풍부한 우뇌를 담당하는 왼쪽 얼굴의 인상이 훨씬 좋다.

▶느낌을 표현하는 사진을 위의 몇 가지 팁처럼 도식화해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심리학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공유해봤습니다. 100년 전 신문에 실린 3명의 인물 사진에서 여러분은 뭐가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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