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발레단, 낭만발레 ‘지젤’ 선보여…UBC-국립발레단 이을 예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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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이 ‘지젤’의 백미로 꼽히는 2막 ‘윌리들의 군무’를 추는 장면. 풍성한 로맨틱 튀튀를 입은 윌리들이 공기 속을 떠다니듯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안무한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제공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지젤’의 백미로 꼽히는 2막 ‘윌리들의 군무’를 추는 장면. 풍성한 로맨틱 튀튀를 입은 윌리들이 공기 속을 떠다니듯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안무한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제공
고전발레에 ‘호두까기 인형’이 있다면 낭만발레엔 ‘지젤’이 있다. 19세기 낭만주의 예술이 태동하면서 화려한 기교, 몽환적 분위기로 변화한 낭만발레가 등장했다. 그 대표작인 ‘지젤’ 공연을 이달부터 줄줄이 만나볼 수 있다. ‘지젤’의 원조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가 먼저 이달 초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엔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5월에는 국립발레단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30년 만에 한국 찾는 ‘지젤 원조’ BOP
‘지젤’은 순진한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고, 또 배반당하는 이야기다. 발레단을 불문하고 주목해야 할 장면은 1막 후반 ‘매드씬’과 2막 ‘윌리들의 군무’가 꼽힌다. 알브레히트에게 약혼녀가 있음을 안 지젤이 실성하는 모습을 표현한 안무는 대사 없이도 폭발하는 감정을 극적으로 표출한다. 이후 지젤이 처녀 귀신 윌리들과 군무를 추는 장면에선 공기 속을 떠다니듯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는 정교한 춤을 볼 수 있다.

시골 처녀 지젤이 사랑하는 남자 알브레히트와 2인무를 추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시골 처녀 지젤이 사랑하는 남자 알브레히트와 2인무를 추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BOP는 이러한 ‘지젤’을 1841년 초연한 발레단이다. 1669년 창단돼 전 세계 발레단 중 가장 역사가 길다. 이달 3, 4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먼저 공연한 뒤 8~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올린다. 무용수 70명을 비롯한 발레단 전체가 내한하는 건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동양인 최초로 BOP 에투알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은 출산으로 이번 무대에 오르지 않지만 지난해 쉬제로 승급한 강호현이 군무 선두 역할로 참여한다.

이들이 선보일 ‘지젤’은 1841년 원작을 토대로 파트리스 바르가 1991년 재안무한 버전이다. 국립발레단 역시 같은 버전을 따른다. 이와 달리 UBC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을 바탕으로 한다. 1895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두 버전의 가장 큰 차이는 1막 ‘페전트 파드되(농부의 2인무)’다. UBC 공연사업팀 윤고은 과장은 “세 쌍의 남녀 무용수가 함께 파드되를 선보여 풍성함을 배가했다”고 했다. 국립발레단은 무용수 한 쌍이 여섯 명의 군무단과 어우러져 2인무를 춘다.
●풍성한 로맨틱 튀튀, 어떻게 다를까


파리오페라발레단 소속 무용수 록산느 스토야노프가 ‘지젤’의 미르타 역으로 춤추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제공
파리오페라발레단 소속 무용수 록산느 스토야노프가 ‘지젤’의 미르타 역으로 춤추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제공
‘지젤’에선 통상 발레의상으로 떠올리는 짧은 클래식 튀튀(Tutu) 대신 로맨틱 튀튀를 입는다. 허리부터 종 모양으로 퍼져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모양이 특징이다. BOP는 초연 당시 알렉산드르 브누아가 만든 튀튀를 토대로 디자이너 클로디 가스틴이 1998년부터 제작해오고 있다. 에블린 파리(Evelyne Paris) BOP 언론담당은 “의상과 무대세트 모두 프랑스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며 “윌리들의 군무에서 입는 튀튀는 공기처럼 떠다니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튀튀보다 망사층을 늘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UBC 의상은 마린스키 버전을 토대로 갈리나 솔로비에바가 러시아에서 제작해 들여온다. 1막 의상과 2막 조명에서 푸른색을 더해 다채로운 편이다. 국립발레단은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제작한다. 발레 역사에서 손꼽히는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루돌프 누레예프 등과 협업한 이력이 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다른 두 단체와 비교해 은은한 녹색이 강조된다”며 “1막의 배경이 되는 시골 정취를 잘 표현한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이 의상과 조명에서 은은한 녹색을 강조한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은 푸른색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지젤’이 의상과 조명에서 은은한 녹색을 강조한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은 푸른색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젤 역이 전개를 이끌어가는 주역인 만큼 캐스팅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BOP는 이번 공연에서 발레단 간판스타이자 ‘워킹맘 발레리나’ 도로테 질베르를 포함한 3명이 돌아가며 지젤 역을 연기한다. 도로테는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박세은과 함께 갈라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 인지도를 높였다. 국립발레단과 UBC는 아직 캐스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은 간판 무용수 박슬기와 허서명이, 2021년 UBC는 실제 부부 관계인 손유희와 이현준이 합을 맞췄다.

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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