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고 쓴 소설이 대박… 독자 마음 진짜 몰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불편한 편의점’ 2편 낸 김호연 작가

‘불편한 편의점’은 김호연 작가가 대학 선배 오평석 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작가는 “무심결에 ‘형이 하는
 편의점은 좀 불편할 것 같은데’라 농담했는데 소설 제목으로 어울린다 생각했다”면서 “작가들은 아이러니가 살아있는 제목을 찾아 
헤매지 않냐”며 웃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불편한 편의점’은 김호연 작가가 대학 선배 오평석 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작가는 “무심결에 ‘형이 하는 편의점은 좀 불편할 것 같은데’라 농담했는데 소설 제목으로 어울린다 생각했다”면서 “작가들은 아이러니가 살아있는 제목을 찾아 헤매지 않냐”며 웃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독자에게 최대한 익숙하고 살가운 글을 쓰고 싶어요. ‘현실 밀착형 대중소설’이라 하면 될까요? 하하.”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은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을 쓴 김호연 작가(48)가 말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올해 상반기 서점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지금까지 70만 부 이상 팔렸고, 10일 나온 ‘불편한 편의점2’ 역시 사전 요청이 많아 1쇄만 10만 부를 찍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편의점에서 12일 김 작가를 만났다.

그는 “독자의 마음은 참 예측불가”라며 웃었다.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망원동 브라더스’ 이후 다섯 번째 소설인 불편한 편의점이 이토록 큰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 그는 “출판사와 계약도 안 하고 홀로 인터넷에 연재나 할 마음으로 썼다”며 “심혈을 기울였던 어느 작품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감사했다.

불편한 편의점2는 1편에서 1년 반이 흐른 어느 여름날, 같은 편의점에서 시작된다. 정체가 불명확한 30대 청년 근배가 이야기를 이끈다. 편의점 사장과 직원, 주요 고객도 모두 바뀌었다. 다만 1편에서 노숙인이었다가 편의점 야간아르바이트생이 된 독고와 사장이었던 염 여사는 여전히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등장한다. 김 작가는 “초반에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 독고와 근배지만, 차츰 연결고리가 드러나고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1편에 이어 2편 역시, 선량하지만 현실에 치이며 사는 평범한 이들이 등장한다. 성실히 취업을 준비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20대 소진, 코로나19 등 여파로 폐업 위기에 처한 정육식당 최 사장, 우등생인 형과 비교당하며 위축된 고교생 민규…. 우리 주변 인물들을 똑 닮았다.

“예전엔 편의점이 동네 슈퍼에 비해 다소 냉정한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이 됐어요. ‘늦은 밤 위험하면 편의점으로 들어가라’란 말이 있을 정도죠. 할인 행사도 많이 해서 물건도 싸게 팔아요.(웃음) 어느덧 서민의 사랑방이 된 편의점은 따뜻한 얘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훌륭한 배경입니다.”

1편과 2편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의 표현처럼 “빌런(악당)”이 없다.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이 소설에도 빌런이 존재합니다. 다만 사람이 아닐 뿐이죠.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이 빌런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그렇고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산가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거기서 빌런은 험준한 산 자체이지 않을까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김 작가는 현재 소설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가 20년 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글은 시나리오였다. 영화 ‘이중간첩’(2003년)과 ‘태양을 쏴라’(2015년)를 작업했고, 2017년 영화 ‘남한산성’ 기획에도 참여했다. 출판사에서도 일했다. 불편한 편의점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자 ‘연적’(2015년), ‘고스트라이터즈’(2017년), ‘파우스터’(2019년)까지 그의 소설 5편은 모두 영화나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마쳤다. 불편한 편의점은 ENA에서 드라마로 만들 예정이다.

“10년 넘게 ‘연봉 1000만 원’ 생계형 작가로 살았어요. 망원동 브라더스 이후 비로소 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됐네요. 다음 작품이 소설일지 시나리오일지 모르겠지만 목표는 언제나 같아요. 찌르는 이야기, 날이 선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보통사람의 삶을 파고드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호연#불편한 편의점#상반기 베스트셀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