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은채 손도 못잡고 임종 보는 가족… 마음 아팠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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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호스피스 병동 그린 ‘…산다는 것’ 책 낸 권신영 교수
“가족-지인들 병원 방문 제한돼 영상통화로 마지막 인사 나눠”
호스피스 간호의 본질도 녹여… “가정용 호스피스 확산될 것”

권신영 강동대 간호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신체 접촉을 꺼리면서 환자, 보호자와 교감하기 어려워졌다며 고민하는 의료진이 많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권신영 강동대 간호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신체 접촉을 꺼리면서 환자, 보호자와 교감하기 어려워졌다며 고민하는 의료진이 많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1월, 해외에 살던 아들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했다.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기 며칠 전, 병원에서 어머니의 임종이 가까워진 것 같다고 알려왔다. 아들은 레벨D(마스크와 전신방호복, 덧신, 라텍스 장갑 및 고글 착용) 방호복을 입은 채 임종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을 수도,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격리 기간이 끝나지 않아 환자를 만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종실 문은 열어놔야 했고, 문 밖에서 의료진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것마저 가로막았다.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한 권신영 강동대 간호학과 교수(49)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18명을 인터뷰해 코로나19로 달라진 호스피스 병동의 모습을 담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클)을 11일 펴냈다.

서울 노원구 카페에서 18일 만난 권 교수는 “호스피스는 죽어가는 곳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곳이라고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했는데, 정작 임종조차 제대로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병원 방문 제한. 환자의 상주보호자는 1인만 가능했고, 면회도 직계가족만 할 수 있었다. 만날 수 없는 가족이나 지인은 영상통화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손주 얼굴을 화상으로라도 보여주면 의식이 없던 환자의 미간이 떨리는 걸 보고 간호사들은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구나’라는 생각으로 환자를 돌봤다.

확진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필요해지자 입원형 호스피스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병원을 옮겨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의 입원형 호스피스 88곳 중 21곳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운영됐다. 병원을 옮기라는 지침에 “어떻게 하면 임종을 빨리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보호자도 있었다. 권 교수는 “옮길 병원을 알아보던 도중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임종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호스피스 간호의 본질을 고민했다. 마스크를 쓴 환자의 표정 변화를 읽기 위해 더 세밀하게 관찰했다. 병원에 오지 못하는 가족에게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가래가 많아졌네’ 정도로 넘겼던 증상도 ‘가래 끓는 소리는 어떻게 변했는지’ 신경 썼다.

권 교수는 앞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집을 찾아 돌보는 ‘가정형 호스피스’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져 집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할머니 댁에서 임종을 지킨 이야기를 한 간호사에게서 들었는데 참 따뜻했어요. 할머니가 평생 산 시골 온돌방에서 창호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평소 입었던 한복과 버선 차림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가정형 호스피스를 통해 집에서도 평온하게 가족을 보내드릴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코로나시대#호스피스 병동#권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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