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아한 곡선에 옥빛 살결… 천하제일 걸작의 탄생

이기욱 기자 입력 2021-09-11 03:00수정 2021-09-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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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2/최경원 지음/492쪽·2만9800원·더블북
◇고대 한국의 풍경/전호태 지음/424쪽·2만6000원·성균관대학교 출판부
고려청자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청자상감 물가풍경 매화 대나무 무늬 주전자’. 주둥이와 손잡이의 날렵하고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인다. 표주박 형태를 바탕으로 한 몸체의 곡면에는 자연미를 담았다. 더블북 제공
1123년 중국 북송의 외교사절로 고려에 온 서긍(1091∼1153)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고려청자에 대해 “근래에 더욱 세련되고 색이 가히 일품”이라고 평가했다. 남송의 태평노인이 쓴 고서 ‘수중금(袖中錦)’에는 “고려비색(高麗秘色)은 천하제일”이라는 문장이 남아 있다. 고려청자가 예술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고려청자는 왜 비색을 띠고 있을까.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최경원 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2’에서 고려시대 미술품을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색과 조형의 완성도, 구도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왜 아름다운지를 파고든다.

저자는 고려에서 비색을 표기할 때 옥색을 뜻하는 ‘翡(비취옥 비)’를 썼음에 주목한다. 중국의 은, 주나라 때 왕족 수의를 옥으로 만들 만큼 동아시아에서는 예부터 옥을 귀하게 여겼다. 하지만 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도자기 색으로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것이 고려에서 꽃을 피웠다는 것.

저자는 청자의 색뿐 아니라 조형적 아름다움도 포착해낸다. 매끄러운 곡선 몸통의 ‘청자상감 물가풍경 매화 대나무 무늬 주전자’는 주둥이와 손잡이의 날렵하고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인다. 표주박 형태를 바탕으로 자연미를 강조해 인공물을 자연화하는 미학적 의도가 담겨 있다. 단순한 선과 터치만으로 버드나무와 새를 정확히 표현한 감각은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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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는 시각 언어로 은유적 표현을 담은 디자인도 엿보인다. ‘청자 연못 동자 무늬 꽃 모양 찻잔(완)’은 밑바닥에 물고기가, 안쪽에 연꽃 및 동자가 각각 그려져 있다. 이에 따라 찻잔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연못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찻잔이라는 인공물이 자연의 연못 풍경으로 화(化)하는 셈이다.


이 책이 디자인 관점에서 우리 고미술품의 아름다움을 그렸다면 ‘고대 한국의 풍경’은 고고학 관점에서 고대 문화유산에 담긴 생활상을 다룬다. 고대벽화 연구 권위자인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고대 문화유산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신석기 토기의 경우 정착생활을 계기로 음식이나 물건을 담을 그릇이 필요해 만들어졌다는 것. 신석기 토기의 빗살무늬는 선사시대 농경문화와 관련돼 있다. 비를 닮은 평행 사선의 빗살무늬가 농사에 필요한 비를 기원하는 의식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석기시대 암각화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통해 이를 조성한 이들의 생활상을 분석한다. 암각화에는 고래 57마리와 배 여러 척이 새겨져 있다. 등에 작살이 꽂힌 고래는 고래 사냥의 흔적을 보여준다. 거대한 고래는 신석기인에게 중요한 식량이었다. 저자는 책에 “타임머신을 타듯 의식상으로나마 그 시대로 돌아가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라도 기억에 담고 돌아오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디자인 혹은 고고학 관점에서 문화유산을 각각 바라보더라도 그 끝은 통한다. 현재의 관점에서 옛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해보자는 것. 두 신간을 함께 읽으며 선인(先人)들의 풍류에 함께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걸작#고대 한국#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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