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전한데 종료 앞둔 고용 지원… 항공업계,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한 목소리

  • 동아경제
  • 입력 2021년 5월 25일 15시 57분


코멘트

항공사 고용유지지원금 내달 종료
항공사 인건비 부담 가중… 구조조정 불가피 전망
국내 항공사 올해 1분기 영업적자
대한항공 비용 절감 통한 ‘불황형 흑자’ 기록
관련 협회·노조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촉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1년 넘게 신음하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가 오는 6월 말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종료를 앞두고 고용 불안에 휩싸였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체의 고용유지조치를 위해 휴업·휴직수당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해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근로자 실직을 막기 위한 제도다. 유급휴직의 경우 최대 180일까지 정부가 평균 임금의 70% 수준인 휴업수당 90%를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부담한다.

25일 업계에서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다음 달 30일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흑자가 났지만 비용절감을 통해 거둔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당기순손실은 288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한항공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2019년 0.29, 2020년 0.21로 1 미만을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이자비용 상환 능력이 준수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른 항공사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12억 원, 당기순손실 2304억 원을 기록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제주항공 영업적자는 873억 원에 달했다. 이밖에 에어부산이 472억 원, 티웨이항공 454억 원, 진에어는 31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사 실적 부진에 따른 피해는 결국 항공 관련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 및 관광산업 종사자 규모를 48만 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종료되면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무급휴직으로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직원 무급휴직으로 감당이 안 될 경우에는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는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유관부처에서도 업계 어려움을 감안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연장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국내 항공 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 연장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국내 항공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의 희생양이 돼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이미지 제고, 관광산업 성장에 대한 항공사 기여도를 감안해서라도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항공협회는 이번 주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확대를 위한 3차 건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항공협회는 지난 1월 항공업계 특별고용지원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고 연간 180일 한도로 묶여있는 유급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240일 이상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2월에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정부 차원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대한항공노조와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한국공항노조, 에어부산조종사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도 지난 3일 정책 건의문을 통해 “항공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연간 180일 한도로 묶여 있는 유급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되면 항공 산업 고용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노동자 생존권 보호와 고용안정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구성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수많은 연관 산업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은 세금이 아닌 근로자들이 매월 자신의 급여에서 갹출한 보험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고용안정 목적의 제도라는 점,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연장 여부에 근로자 수십만 명의 생사가 달려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조속히 연장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