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쓴다는 건 미래로 메시지를 보내는 일”

민동용 기자 입력 2020-09-22 03:00수정 2020-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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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펴낸 장강명
말하고 듣는 것에 익숙한 시대… 웹소설 써볼까 고민도 했지만
책 읽으며 과거와 대화하고
50년뒤 독자 위해 현재와 싸워야
장강명 작가는 ‘말하고 듣는’ 세계의 득세 속에서도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 정치와 언론과 교육의 바탕에 사유가 있는 사회를 꿈꾼다. 14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책, 이게 뭐라고’를 든 장 작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소설가 장강명(45)은 이달 초 ‘책, 이게 뭐라고’(아르테)를 냈다. 2017년부터 2년간 작가 요조와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를 글감의 바탕으로 삼아 ‘정보를 담는 오래된 매체 책과 그 매체를 제대로 소화하는 단 한 가지 방식인 독서’에 대한 글 38편을 모았다.

이 책에서 세상은 ‘말하고 듣는’ 세계와 ‘읽고 쓰는’ 세계로 나뉜다. 읽고 쓰는 세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같은 디지털 매체를 등에 업은 말하고 듣는 세계의 집중포화에 그로기 상태다. 그럼에도 ‘책을 쓴다는 일은 우주의 기본 속성’이라고 믿는 장 작가를 14일 서울 종로구 카페 이마에서 만났다.

장 작가는 책에서 한때 웹소설을 써볼까 고민도 했다고 고백한다. ‘거기에 독자들이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한국문학이 점점 ‘게토화, 갈라파고스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가장 두려운 것은 문학과 문학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옛날 이문열 황석영이 시도했던 ‘한국사 전체에 내가 대응한다’는 것이 사라졌다. ‘한국사회 전체가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것, 그렇게 하겠다는 야심도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런 게 가능한 시대인가 싶기도 하고. 문학도 파편화된 영역에서 이슈 파이팅 삼아 쓰긴 하는데 ‘다른 건 필요 없고 내 이슈가 제일 중요하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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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듣는 세계의 거주자들은 현재와 부단히 소통한다. 읽고 쓰는 세계의 거주자들은 ‘읽으며 과거와 대화’하고 ‘쓰면서 미래로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현재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는 책에서 ‘50년 뒤 독자들에게 존중받으려면 우리 시대 사람들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10만 부 넘게 팔리는 책을 쓰고 싶은’ 속내를 감춘 적이 없다.

“찰스 디킨스는 스스로를 사회운동가로 생각했지만 당대의 진지한 (문학적) 평가를 받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데이비드 코퍼필드’ 같은 그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 토를 달지 못하죠. 그때 디킨스가 어떤 기분이었을까 싶기도 해요. 결국 쓰고 싶으니까 소설을 쓰는 건데. 김진명 작가가 부러운 게 아니라 정말 열렬한 한 명의 독자를 사로잡고 싶다는 식의 선민의식에 빠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도 되고 싶고. 딜레마예요.”

정식 등단하기 전에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던 장 작가는 요즘 전자책으로만 책을 읽는다. ‘손끝에 닿는 책장의 느낌’이니 ‘종이 냄새’니 하며 종이책의 물성(物性)을 강조하는 사람은 의심한다. 읽고 쓰는 세계에 책이라는 물신(物神)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책의 ‘팬시상품화’도 마뜩지 않다.

읽고 쓰는 세계가 만들어낼 우려가 있는 ‘근본주의’보다는 말하고 듣는 세계가 지어내는 ‘근본이 사라지는 현상’을 두려워한다는 장 작가는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서 풍기는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포퓰리즘은 진정한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상상의 전선을 만들고 ‘우리는 진정한 국민인데 저들 때문에 일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권을 잡은 뒤에도 그런다는 거죠.”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책 이게 뭐라고#소설가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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