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갓’은 아무나 쓸 수 없는 신분제 표본이었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10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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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은 목숨이자 자존심…벗고 씀에 상징성 커
머리 장식의 세세한 부분까지 나라가 통제
규제가 오히려 크고 화려한 갓을 만들게 해
고종 때 신분제도 철폐되며 결국 사라져

조선시대 ‘갓’은 사족(士族)의 목숨이자 자존심이었다.

갓은 또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남에게 알리는 사회질서의 한 부분이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9월호를 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머리를 볼작시면’이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모자’와 그 문화에 대해 조명했다.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9월호에 의하면 조선시대 모자는 의관정제를 통해 품격을 완성했던 일종의 문화였다. 그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신분제의 표본이자 예의이며 자존심이었다.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에서는 계암집을 쓴 조선 중기 문신 김령의 ‘갓 이야기’를 만화로 소개한다. 오래도록 쓰고 낡은 갓을 갓방에 수선해 달라 맡기면서 관례를 올리는 아들에게는 유행에 맞춰 새로 갓을 지어준다.

갓방에서는 장인정신을 쏟아 갓을 수선하고 새로 만드는데 ‘트집 잡다’라는 말은 ‘갓을 인두질 하다’에서 유래했다.

강유현 작가는 ‘머리 위에 올린 욕망’을 통해 머리 장식의 세세한 부분이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지배체제와 밀접했음을 이야기한다. 모자는 ‘의관(衣冠)’의 요소로서 예(禮)를 갖추는 중요한 도구이자 쓰는 사람의 신분고하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남에게 알리는 일이었고, 그와 관련된 규칙은 곧 사회질서이자 질서를 시각화하는 일이었다.

특히 사족들만 쓸 수 있도록 했던 갓은 오히려 쓰고자 하는 욕망을 더욱 강하게 부추겨 서인(庶人)들도 몰래 쓰고 다녔다. 이 또한 역시 국가도 막지 못하였기에 사족들은 서인과 구분 짓기 위해 갓은 크게, 갓끈을 길게 만들어 화려하게 치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복의 힘도 고종 때 신분제도가 철폐되며 의복간소화를 관철하자 점점 그 상징성은 옅어지고 결국 사라지게 됐다.

전통 의상 ‘오례’의 권병훈 대표는 ‘행차도 속에 보이는 쓰개’에서 정조와 호위행렬의 쓰개에 관해 상투 트는 법부터 세밀히 소개한다.

상투가 뜨지 않도록 상투가 들어갈 자리의 아래쪽 머리숱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바로 ‘배코(백호) 치다’라고 불렀다. 이렇게 배코 친 후 훤히 비게 된 정수리를 보고 흔히 ‘소갈(속알)머리 없다’라고 표현했다.

상투를 틀고 나서 이마에는 망건을 둘렀다.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중국은 대개 비단으로 만들었고, 조선에서는 말총으로 만든 망건이 유행이었다. 망건 좌우에는 관자(貫子)가 있는데 눈의 좌우에 있는 ‘관자놀이’라고 하는 명칭이 여기서 유래했다.

이 밖에 정조의 ‘수원 화성 반차도’ 속 무장들이 쓴 전립의 기능과 장식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군모이기에 화살을 막는 기능도 있었지만 깃털 장식과 아래쪽 안감에 댄 비단 때문에 화려했다.

호위행렬 속에서 가장 화려했을 정조는 소매가 비교적 좁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예복이라 할 수 있는 융복과 군복을 번갈아 입었다.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그가 모자를 벗을 때’를 통해 조선시대 갓을 벗어 내려놓는 심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화 ‘광해’에서 임금인 척하는 광대를 잡아야 하는 도부장이 오히려 본인에게 천하보다 값진 한 사람이 돼버린 그에게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려고 모자를 벗었다.

영화 ‘남한산성’에서는 삼배구고두례를 행하기 위해 인조가 벗어놓은 갓은 벗어버린 자존심과 자주를 상징한다. 작가는 우리 민족이 모자를 바로 ‘예’를 갖추는 것이라 여기고, 그것에 목숨을 건 이들이라고 풀이했다.

반대로 드라마 ‘추노’에서는 아무런 쓰개도 쓸 수 없고 낡아빠진 건(巾)을 두른 노비의 모습이 모자를 쓴 양반들과 대비되며 모자의 상징성을 느껴볼 수 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동희선 시나리오 작가는 “갓이나 신분제는 사라졌으나 여전히 복장을 통해 사회적 경계는 만들어지고 있다”라며 “구분된 복장이 주는 효과와 경직성을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된다”고 밝혔다.

 [안동=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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