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해결사는 女女女…‘걸캅스’ 숙명이 된 젠더 논란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9일 0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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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캅스 스틸
영화 걸캅스 스틸
클럽 버닝썬 사태 예견, 페미니즘 논란….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이다. 배우들의 케미부터 유쾌한 코미디, 그리고 이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영화가 담고 있는 장점들이 분명히 돋보이지만 공교롭게도 연예계 잇따른 사건·사고와 개봉 시기가 겹쳐지면서 논란을 떠안게 됐다. 영화가 의도하지 않았던 이슈를 걷어내고 나면 라미란과 이성경의 유쾌한 활약이 돋보이지만, 동시에 젠더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아쉬운 지점들도 보인다.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살아있는 전설의 형사 미영(라미란 분)이 민원실 퇴출 0순위 주무관으로 등장하는 데서 시작한다. 미영이 주무관으로 근무 중인 민원실에 반갑지 않은 한 사람이 찾아온다. 현직 꼴통 형사이자 앙숙 관계의 올케 지혜(이성경 분)가 사고를 치고 민원실로 온 것. 이후 두 사람은 48시간 후 불법 사이트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만나게 된다.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이 밀려나게 되지만, 그럴수록 미영과 지혜는 더욱 절박하게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미영과 지혜는 해커 뺨치는 욕설 9단 미원실 주무관인 장미(최수영 분)의 도움으로 비공식 수사를 이어간다. 세 사람의 공조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록 수사망은 좁혀지고, 드디어 용의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걸캅스’는 기존의 형사 버디 무비의 고전적인 설계를 따른다. 성격과 캐릭터, 수사 방식이 정반대인 두 형사가 만나 공조에 성공해간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라는 시의성이 있는 소재를 접목했다. 예상 가능한, 기존의 익숙한 공식이 깔려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주연으로 발돋움한 라미란의 활약과 그와 투톱 주연을 맡은 이성경의 연기가 새롭게 변주된 형사 버디 무비를 완성했다. 두 배우가 곳곳에서 만들어내는 코믹한 케미스트리는 관객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지난해 여름 크랭크인해 3개월간 촬영이 진행된 ‘걸캅스’에서 그려진 범죄는 마치 연예계 현 상황을 예견한 듯 클럽 버닝썬 사태와 연예인들의 불법 영상 촬영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매직 퍼퓸’이라 불리는 마취 성분이 든 신종 마약이 클럽을 배경으로 유통되고 이로 인해 여성들이 불법 영상 촬영 피해를 입게 된다. 영화는 이런 범죄를 다루면서도 “여자들이 자기 잘못이라고 경솔했다고 하는 게 열받는다”며 두 형사가 피해자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걸캅스’는 전적으로 여성 서사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페미니즘 영화라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두 여성 형사가 여성 피해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들에 도움을 주는 민원실 조력자까지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다. 미영의 남편 캐릭터가 무능하거나 우스꽝스럽고, 남성 형사들이 사건을 방관만 하는 캐릭터들이라는 점 등의 이유도 있다.

성별로 캐릭터들의 유능함과 무능함을 구분지은 탓에 남성 캐릭터는 영화를 위해 단순히 소비된 인상을 준다. 여성 서사를 보다 입체적이거나 세련된 방식으로 구축하지 못한 데서 논란의 여지는 영화가 안고 가야 할 숙명이 됐다. ‘걸캅스’가 여성 서사의 영화로서 크게 진보하지 못하고 오락영화로만 소비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9일 개봉.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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