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1년 임대료가 30억…인천공항, 살인적 월세장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9일 05시 45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있는 면세점 상가.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임대료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낸 면세점 빅3 롯데, 신라, 신세계는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 등의 임대료 수입에 힘입어 1조12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대조를 이루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있는 면세점 상가.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임대료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낸 면세점 빅3 롯데, 신라, 신세계는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 등의 임대료 수입에 힘입어 1조12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대조를 이루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 인천공항공사 무엇이 문제인가 <상>

면세점 매출 세계 1위…업체는 적자
국정감사서 “공기업 독점 악용” 질타
비항공수입 60% 넘어…환승률 감소세

“사상 최대 연매출로 세계1위 기록.”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일영)가 최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한 부분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이 2017년 21억 달러(약 2조3313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이는 세계 공항면세점 중 1위라고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1위’라고 자랑한 이 보도자료 어디에도 면세점업계의 대표업체로 엄청난 임대료를 내는 롯데, 신라, 신세계가 2017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는 내용은 없다. 지난해 5800억원을 임대료로 낸 롯데면세점은 무려 2000억원의 적자를 봤고, 연간 임대료 2700억원을 낸 신라나 832억원을 낸 신세계 역시 큰 규모의 적자를 봤다. 세 기업 모두 2015년 인천국제공항 제3기 면세사업자로 영업을 한 이후 3년째 적자다.

그런데 물건이 많이 팔려도 가게주인들은 세 때문에 실속없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받고 있는 건물주는 “장사 잘된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지금의 인천국제공항이다.

● 은행은 1m²당 1억원대

인천국제공항의 ‘살인적인’ 임대료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지적이 나오고 있고,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집중됐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2016년 현황자료를 보면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는 엄청나다. 가장 비싼 KEB하나은행의 임대료가 1m²당 1억940만원. 평당(약 3.3m²)으로 환산하면 3억6100만원에 달한다. 공항 내 편의점 CU의 1년 임대료가 30억6299만원에 달했고, 씨제이푸드빌은 식음매장 운영을 위해 194억3000만원을 임대료로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위원회 외에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갑질’ 행태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정무위원회 이진복 위원장(자유한국당)은 “은행 출장환전소의 임대료가 600억원이나 되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120억원, 이동통신사 로밍 부스가 128억원이다”며 “공공기관에서 이런 식으로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여러 공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임대료 수입 등에서 횡포를 부리는 것은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연간 임대료가 30억원이 넘는 인천공항 편의점(위쪽)과 1m²당 임대료가 1억940만원에 달하는 공항 내 KEB하나은행.
연간 임대료가 30억원이 넘는 인천공항 편의점(위쪽)과 1m²당 임대료가 1억940만원에 달하는 공항 내 KEB하나은행.

● 공항이 비항공수익만 골몰, 13년 흑자 공기업의 허상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왜 이렇게 높은 임대료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익구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매출 2조4000억원에 흑자 1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공기업 중에 손꼽히는 영업실적으로 ‘13년 연속 흑자’라는 경영신화를 쓰고 있다. 이는 ‘세계 굴지의 허브공항’ ‘공항평가 세계 1위’ 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틈만 나면 경영 치적 홍보에 거론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흑자의 이면을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 숨어있다. 공항이라면 당연히 항공기 착륙료, 주기료, 여객공항이용료 등 항공수익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임대료 같은 비항공수익이 월등히 높다.

2017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체수익 1조6798억원 중에 비항공수익이 1조434억원(62.1%), 2015년에는 전체수익 1조8785억원 중 비항공수익이 1조1931억원(63.5%), 2016년에는 2조1860억원의 수익 중 비항공수익이 1조4175억원(64.8%)을 차지했다.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60%는 가뿐히 넘는 비율이고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연 전체수익에서 항공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37.9%, 2015년 36.5%, 2016년 35.2% 등으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 전경.

특히 해외여행객의 증가로 공항을 이용하는 전체여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반해 허브공항으로서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가 알 수 있는 지표인 환승객은 오히려 2014년 725만명(환승률 16%), 2015년 741만명(15.1%), 2016년 715만명(12.4%)으로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565만명(12.3%)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 허브공항을 두고 지금 우리는 이웃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 UAE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8일 인천국제공항에 제2여객터미널을 완공, 오픈하는 것도 그런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손쉬운 임대료 장사에 매달려서는 ‘아시아 대표 허브 공항’이란 구호는 공허하기만 하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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