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유전자 가위로 암 치료하는 날 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김홍표 지음/336쪽·2만 원·동아시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5년 ‘올해의 혁신적인 기술’ 10개 중 최고 성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선정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과학계에선 인공지능(AI)과 더불어 가장 파급력이 강한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크리스퍼의 개념과 원리부터 응용 분야, 부작용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개념부터 살펴보자. 크리스퍼(CRISPER)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구조의 반복서열’을 뜻하는 영어의 첫 글자를 따온 말이다. 회문구조란 ‘소주 만 병만 주소’처럼 앞뒤로 읽어도 똑같은 구조를 뜻한다. 생물체의 DNA가 바로 이 같은 구조를 취하는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한 DNA만 잘라내고 이를 편집할 수 있는 특별한 효소다.

이에 앞서 1990년대에 ‘ZFN’과 ‘TALEN’ 등 1, 2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제3세대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이들보다 정확성과 효율성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생명공학자들은 이 기술을 실제 가위처럼 활용해 DNA를 편집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선 성가신 모기를 없애기 위해 DNA를 잘라 불인 암컷을 의도적으로 배양해 퍼뜨리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뿐 아니다. 지난해 8월 미국 국립보건원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암 치료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겠다는 연구 제안을 승인했다. 과학계에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암, 파킨슨병 등 유전자와 결부된 수많은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아직까지 초기 발전 단계로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생태계 교란, 윤리적·사회적 규제에 대한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최신 심층기술을 다루다 보니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혁신적인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교양서로 제격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김홍표#유전자 가위#암 치료#사이언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