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문을 열면… 수십마리 나비떼가 흩날리는 꽃잎처럼 다가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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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가보셨나요

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사진 앞에서 전시 설명 오디오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사진 앞에서 전시 설명 오디오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주택가에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2층 ‘추모의 벽’ 앞에는 지난달 89세로 세상을 뜬 김군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가로 10m, 세로 2m 크기의 벽 절반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위패로 가득 차 있었다. 하얀 국화와 빨간 장미꽃이 무더운 여름 날씨에 말라갔다. 박물관 측은 “8일 김군자 할머니 명패와 사진을 이 벽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일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박물관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세웠다. 육중한 철문을 밀면 어둡고 좁은 전시장이 나타난다. 수십 마리 나비 떼가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날아가는 영상이 벽에 투사된다.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와 여성을 의미한다.

방문객들은 입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일생이 적힌 티켓(일반 3000원)을 구입한 후, 전쟁의 포화 소리가 들리는 거친 돌길을 지나 지하 전시관에 이른다. 할머니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시청한 뒤 2층으로 가면서는 벽면에 새겨진 피해 여성들의 글귀와 마주치게 된다.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예요.” 정대협 측은 의미 깊은 증언을 해준 위안부 할머니 5명을 선정해 주 단위로 전시를 바꾸고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증언, 법정 투쟁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세계 분쟁 도시에서의 여성 폭력 참상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서하람 학예사는 “관람객이 역사 속 피해 여성의 삶을 체화하고 유대를 맺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화∼토요일 오후 1∼6시, 02-392-5252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위안부 할머니#추모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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