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사찰음식 두 거장 “뺄셈의 맛, 음식이 수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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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후지이 마리 비교 시연회
“산초-제피 면역력 키우고 중풍 예방, 항암효과 알려져 日서 수입해가”

경기 수원시 봉녕사에서 한일 사찰음식 비교 시연회를 연 선재 스님(오른쪽)과 후지이 마리 씨. 두 사람은 “자연과 생명, 내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철학은 한일 사찰음식이 모두 같다”고 말했다. 월간불광 제공
경기 수원시 봉녕사에서 한일 사찰음식 비교 시연회를 연 선재 스님(오른쪽)과 후지이 마리 씨. 두 사람은 “자연과 생명, 내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철학은 한일 사찰음식이 모두 같다”고 말했다. 월간불광 제공
“불교는 ‘뺄셈의 종교’입니다. 사찰 음식에서도 육류나 생선, 제철음식이 아닌 귀한 것, 자극적인 조미료 등을 뺍니다. 음식에서부터 욕심을 내려놓는 수행을 하는 것이죠.”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불광출판)를 펴낸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 스님과 일본의 사찰음식인 ‘쇼진(精進)요리’의 대가인 후지이 마리(藤井まり·70) 씨가 지난주 한일 사찰요리 비교 시연회를 가졌다.

선재 스님은 강연을 시작하며 2014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슬로푸드대회에서 한 일본인 참가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이 터졌을 때 살아남은 사람은 전통적인 장을 먹었던 사람들이라고 들었다”며 “선재 스님께서 일본을 좀 도와달라”고 했던 말을 소개했다.

“현대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미소 된장은 유전자 조작 콩에 발효 과정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천연 항암 효과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 전통 장독대를 지키는 사람들이 한국의 스님들이라는 말을 듣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지요.”

일본 가마쿠라에서 ‘쇼진요리’ 교실인 선미회(禪味會)를 이끌고 있는 후지이 씨는 남편인 고(故) 후지이 소테쓰 스님의 뒤를 이어 일본 사찰요리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 그는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와서 선재 스님이 담근 한국 사찰의 수십 년 된 장맛을 본 이후로 사찰요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선재 스님은 “한국의 사찰요리가 일본으로 본격적으로 건너가게 된 계기는 임진왜란”이라며 “서산대사, 사명대사가 이끌던 승병들의 활약을 보고 일본인들이 육식을 하지 않는 한국의 스님들이 어떻게 그런 기운과 지혜가 나는지 사찰에서 먹는 약초와 채소, 장을 배워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선재 스님은 “한국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는 일본에서 더 활발하다”며 “한국의 산초와 제피의 임상실험 결과 항암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충북 제천의 산초, 경북 포항, 울산의 제피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간다”고 말했다.

“산초와 제피를 음식에 넣으면 살균 작용도 하고, 면역력도 키워주고, 중풍 예방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추어탕에 넣어서 먹는 거죠.”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의 기본 원리를 불교 경전인 ‘유마경’에 나온 “일체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말에서 찾았다.

“TV 드라마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죠? 자연 속 모든 생명과 내가 한 몸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스님들은 육식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채소도 함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불가에서는 콩나물도 뿌리까지, 배추도 꽁지까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일물전체(一物全體)를 다 먹습니다. 제철음식이 아닐 경우 인공적인 방법이나 첨가물로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정한 생명이 아니라 피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찰음식#선재 스님#후지이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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