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소비 부추기는 ‘충동사회’ 비효율적 삶 되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근시사회/폴 로버츠 지음/김선영 옮김/188쪽·1만8000원/민음사

 ※지난 한 주 동안 독자 서평 161건을 받았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원제는 ‘THE IM-PULSE SOCIETY’. ‘충동사회’라 번역해야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과 더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근시사회’라는 제목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전반적인 주제는 미국 사회 시장경제와 관련된 패러다임의 변화다. 과거의 노동자가 이제는 철저한 소비자가 되었고 시장과 정치가 결탁하여 소비자를 더욱 철저한 소비자로 만들면서 소비 지향의 사이클을 끊임없이 돌리고자 하는 것을 비판한다.

 현대사회는 사방에 충동이 만연한 사회다. 누구나 부자를 꿈꾸고 누구나 새로운 것을 원하고 누구나 개인화된 소비를 즐기는 사회.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성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소비의 끝은 파괴라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효율성을 외치며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은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데, 정작 우리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하여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우리의 소비 행위는 우리의 자유 의지로 이루어지는가? 효율성이 파고든 우리의 일상에 편리함이 자리하고 인간성을 몰아내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배경과 답변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정치에서부터 소비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극도로 근시안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성향의 배경에는 효율성 이데올로기를 원동력으로 삼은 정계와 재계가 있으며 현대인들이 자각하고 바꾸어 나가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히 보인다.

 저자는 근시사회의 병폐를 고칠 대안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공간의 창출을 제안한다. 신중함과 화합, 계획성과 준비성을 칭송하던 사회로 회귀하는 것이 그 근간일 것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행위로 소비를 통한 효율성을 지양하고 화합을 위한 비효율성을 강조한다. 가령 바쁜 시간을 쪼개 가족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든가, 식사는 외식 대신 집에서 손수 만들어 먹는다든가, 식사 후에는 드라이브 대신 산책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식의 비(非)소비지향적 행위 말이다.

 소비를 통한 효율성은 현대인들에게 담배나 마약처럼 끊기 힘든 달콤한 유혹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충동사회가 우리를 조종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을 터이다. 개개인이 자각하고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두 눈 부릅뜨고 정치와 시장의 행보를 주시해야겠다.

최윤제 서울 서초구 방배동
#근시사회#폴 로버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