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 만든 비빔밥?…‘곤충음식’ 서울에서 맛 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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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중구 동호로(신당동) 인근의 골목에는 6명이 앉으면 만석이 되는 작은 식당이 있다. 식당 메뉴에는 파스타나 고로케 등 평범해 보이는 음식도 있지만 이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요리를 판다. 식재료에 곤충을 활용한 '곤충 음식'이다. 평범한 듯 특별한 이 메뉴를 요리하는 '빠삐용의 키친' 셰프 박주헌 씨(28)는 이 요리에 매료돼 지난해 특급호텔 주방까지 박차고 나왔다.

'곤충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야시장 등에서 보는 음식이다. 박 씨는 "처음 식당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음식에서 '곤충이 보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곤충이 아닌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요리에 활용합니다. 요리에 곤충이 보이는 건 전혀 아니죠. 야채에서 비타민을 정제해서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난해 2월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땐 곤충을 말려 곱게 간 가루를 썼다. 밀가루에 시금치 분말을 섞어 녹색 면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박 씨는 "곤충 가루가 물에 녹는 성질이 없어서 밀가루와 섞으니 반죽이 안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겨우 반죽을 만들어놔도 파스타로 만들 수 없을 정도로 툭툭 끊어지는 등 원하는 재료를 전혀 만들 수 없었다고. 그는 "원하는 요리를 만들 수 없어서 주방에서 눈물을 줄줄 흘린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가루 대신 단백질 추출물을 쓰기로 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마음먹은 맛과 식감으로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그는 여전히 메뉴 개발 때문에 잠을 줄이고 있다. 지금 연구 중인 요리는 한식 메뉴인 비빔밥이다. 덕분에 작은 요리점 주방은 새벽 두세 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 많다.

왜 호텔 요리사를 그만 두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젊은 혈기'였다.

"대학 때 존경했던 은사이신 교수님이 곤충식을 연구하신다고 하셔서 저도 합류하게 됐습니다. 큰 조직에 속해서 계속 일하는 것보다 많이 배우고 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짜로 배우고 클 수 없잖아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고요. 무조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박 씨는 그렇게 직원 여덟 명이 꾸려가고 있는 곤충식 연구 회사 '케일(KEIL)'에 합류했고 그 중 파일럿 숍 개념으로 오픈한 '빠삐용의 키친' 대표 셰프를 맡게 됐다. 후회는 없냐고 재차 물었더니 "아직 후회 할 틈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할 게 너무 많아요. 곤충 단백질을 요리에 더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해야 하고, 회사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다른 상품도 개발해야죠. 회사의 주력 과제인 곤충 식용화 관련 각종 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소비자가 늘어나서 시장이 커지도록 하는 일도 저희가 선도해야 합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식용 곤충을 '아이'라고 불렀다. 젊은 사람들이 소중하게 아끼는 반려동물이나 물건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기아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곤충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식으로 각광받고 있잖아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입니다. 기근 국가에 가 볼 생각이 있냐고요? 저희 회사 사람들 모두 기회만 생기면 조끼 입고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는 걸요."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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