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야기하는 관계에 주목…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가졌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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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없는 사람’ 펴낸 최정화

첫 소설집에서 개인 내면의 불안을 묘사했던 최정화 씨는 새 장편 ‘없는 사람’에서 사회적 관계 속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첫 소설집에서 개인 내면의 불안을 묘사했던 최정화 씨는 새 장편 ‘없는 사람’에서 사회적 관계 속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정화 씨(37)의 첫 장편 ‘없는 사람’(은행나무)은 얼핏 믿음과 불신을 주제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이 소설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노조 지도부를 와해시키는 임무를 갖고 노조에 투입된 ‘무오’와 그를 조종하는 동료 ‘이부’, 지도부의 리더 ‘도트’의 이야기다. 무오는 점차 도트에게 감화되면서 이부와, 조직원들과, 스스로와 갈등을 빚게 된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심리가 깊어지는 이 소설에 대해 20일 만난 작가는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오는 자신이 잘 몰랐던 사람을 만나면서 친밀해지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그가 속한 구조에서는 의도와 상관없이 해를 입히게 된다. 그런 사회적 관계를 묘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불신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관계에 관한 소설이다.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에서 일상에 스며든 불안한 내면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작가답게, 그는 이번 장편에서도 관계의 심리에 집중한다.

 지난해 ‘도트’라는 제목으로 문예지에 연재했던 것을, ‘없는 사람’으로 제목을 바꾼 데서도 작품의 무게가 어디에 실렸는지 짐작된다. “도트에 대해 쓰려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결국 이 소설은 무오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 무오는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이상적인 사람으로 그려지는 도트보다는 내면의 고민이 많은 무오에게 자신을 이입시키는 독자가 많을 듯하다. 작가는 “이 책이 세상의 많은 무오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10년의 습작기를 거쳐 작가로 등단한 그다. 글을 쓰면서 백화점 판매원, 놀이공원 안내원,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온갖 직장에서 일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껏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소설로 옮기지는 않았다. “소설을 쓰면서 좋아하는 과정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거다. 개인적 체험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냈을 때 뿌듯하다고 느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최정화#없는 사람#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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