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독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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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자발적 복종/엔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심영길, 목수정 옮김/156쪽·9000원·생각정원

 ※지난 일주일 동안 371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려면 책만 한 거울이 없다. 18세의 청년이 무려 16세기에 쓴 이 글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저자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많은 부자들, 도시들, 나라들이 단 한 사람의 독재자를 견디는 일이 역사에서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썼다. 많은 사람은 복종이 강요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복종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2명이 1명을 겁낼 수 있고 10명이 1명을 두려워할 수도 있으나 1000명, 100만 명, 1000개의 도시가 한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겁쟁이의 문제가 아니다. 독재자의 권력이란, 그 권력에 종속된 다른 이들이 그에게 건네준 힘일 뿐이다. 다른 이들이 독재자를 참고 견디는 한 그의 권력이 부리는 횡포는 계속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저항하지 않더라도, 단지 견뎌내는 것을 멈추기만 해도 독재자는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떤 해악도 끼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유를 지녔지만 이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까닭에,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가장 소중한 자유를 재산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산다. 만약 민중이 독재자에 대한 굴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독재자는 스스로 무너진다.

 그에게서 무엇을 빼앗을 필요도 없다. 단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된다. 자유를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단지 그것을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억압에 대한 분노에서 단순히 벗어나려는 것만으로는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오직 강하게 자유를 원할 때만 억압을 벗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관습의 틀을 지적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판단하고 행할 때 타고난 본성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관습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본성 또한 교육과 양육방식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복종하는 첫 번째 이유는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독재하에서 사람들이 쉽사리 비겁해지고 나약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역자는 ‘습관’과 자유에 대한 ‘망각’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33세에 요절했다. 어떻게 이런 글을 18세에 쓸 수 있었을까? 이 책이 그리스 로마 시절의 이야기를 예로 많이 든다는 점에서 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해봤다. 저자가 고전의 토대 위에 서 있었기 때문에, 역사를 직시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아라 세종시 아름동
#자발적 복종#엔티엔 드 라 보에시#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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