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처럼 노래하는 고래가 내 음악 듣는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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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내한 연주회 갖는 ‘금세기 최고 오르가니스트’ 佛 출신 장 기유

오르가니스트 장 기유는 시집을 출간했을 정도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이미 작고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생존 페르스, ‘숲속의 발코니’의 쥘리앵 그라크가 그의 친구들이었다. 기유는 “나는 책, 시집이 없다면 살 수 없다”며 “문학은 음악만큼 나에게 소중하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오르가니스트 장 기유는 시집을 출간했을 정도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이미 작고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생존 페르스, ‘숲속의 발코니’의 쥘리앵 그라크가 그의 친구들이었다. 기유는 “나는 책, 시집이 없다면 살 수 없다”며 “문학은 음악만큼 나에게 소중하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오르간은 다양한 음색과 여러 개의 선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악기의 제왕’으로 불린다. 이 제왕을 마음껏 다루는 프랑스 출신의 장 기유(86)는 금세기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로 꼽힌다.

그는 2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을 연다. 25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4958개의 파이프로 구성한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으로 독주 연주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프랑크의 ‘영웅적 소품’,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리스트의 ‘바흐의 이름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 자신이 작곡한 ‘사가 4번과 6번’ 등 70여 년 음악 인생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서울, 부산 등 한국의 여러 공연장에서 연주를 했는데 한국의 청중은 그 어떤 나라보다 열렬하고 따뜻했다”며 “한국은 훌륭한 공연장, 오르간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에서 축복받은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프랑스 정부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으나 “정부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다”며 항의의 표시로 수훈을 거부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 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당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여덟 살 때 교회의 요청으로 오르간과 첫 인연을 맺었다. 4년 뒤에는 프랑스 서부 앙제의 생세르주 성당의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이후 파리음악원에 입학해 마르셀 뒤프레 등 프랑스의 오르간 거장들에게 배웠다.

그는 오르간 연주자로도 유명하지만 교수, 오르간 제작자, 작곡가, 시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했던 한국 학생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들 중 일부는 유명한 오르가니스트가 됐어요.”

현재 그가 가장 중시하는 작업은 작곡이다. 지금까지 3개의 교향곡과 7개의 오르간 협주곡을 발표했다. “작곡가는 작가 또는 시인과 비슷해요. 그래서 오르간과 관련한 책을 집필해 왔어요. 2014년에는 ‘방문자’라는 시집도 펴냈죠.”

지난해 4월 52년간 봉직했던 파리 생퇴스타슈 성당에서 고별 연주회를 가진 그는 그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했다. “1000개에 가까운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한 것 같아요. 전 세계 공연장의 파이프오르간 중 제 손을 타지 않은 게 거의 없을 겁니다.”

파이프오르간에 관해서는 더 이상의 목표가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연주회가 하나 있다. 바로 동물원에서의 연주다. “큰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며 동물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요. 동물들은 인간보다 더 좋은 귀를 가졌거든요. 오르간처럼 노래하는 고래에게도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2만∼5만 원. 02-3213-3122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파이프오르간#장 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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