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선 2만여점 신안유물… 보물창고의 회랑을 걷는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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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신안해저유물전 -진주박물관 늑도 특별전

올해는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 늑도 발굴 30주년을 맞는 해. 우리나라의 양대 해양 문화재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과 국립진주박물관의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 특별전이 바로 그것. 두 전시를 직접 다녀와 비교해봤다. 》
 
○ 바다서 건진 유물 2만 점 한꺼번에 풀다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신안해저선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바다에서 인양한 도자기를 감상하고 있다. 양옆으로 수백 점의 도자기를 진열해 마치 거대한 회랑을 걷는 느낌을 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신안해저선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바다에서 인양한 도자기를 감상하고 있다. 양옆으로 수백 점의 도자기를 진열해 마치 거대한 회랑을 걷는 느낌을 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안해저선 특별전을 한번 훑어보는 데 이틀이 걸렸다. 1976년부터 9년에 걸쳐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인양한 신안해저선 유물의 양은 2만4000여 점. 이 중 무려 2만 점을 전시장에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양에서 압도하는 전례 없는 시도다. 실제로 하이라이트인 3부 전시장에 들어서면 신안선에서 건져 올린 도기 수백 점을 유리진열장에 좌우로 늘어놓은 장관이 펼쳐진다. 3부 전시 주제처럼 ‘보물창고’의 거대한 회랑을 걷는 느낌이다.

1323년 6월(음력) 중국 원나라 경원(慶元·현 지명 닝보)에서 일본 하카타(博多·현 후쿠오카)로 향하던 신안해저선 화물의 주 고객은 일본 귀족들이었다. 색색의 화려한 유약을 바른 진귀한 도자기들이 증거다. 하얀색 유약에 포인트를 준 백탁유(白濁釉) 도기는 마치 한 폭의 포스트모더니즘 회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 무려 700년 묵은 공예품이지만 지금 특급호텔 로비에 내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감각이다.

원나라 때 빚은 ‘백탁유 네 귀 항아리’. 신안해저선에서 인양된 걸작 중 하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원나라 때 빚은 ‘백탁유 네 귀 항아리’. 신안해저선에서 인양된 걸작 중 하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복숭아 모양의 청백자 잔은 또 어떠한가. 도기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복숭아 꼭지는 워낙 정교해 무릉도원에서 막 따낸 것 같다. 청자로 세밀하게 표현한 여인상의 흘겨 뜬 두 눈은 투기하는 여인을 연상시킨다.

전시 말미 신안해저선을 발굴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패널도 인상적이다. 고고학을 전공한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선배 고고학자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읽힌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 늑도에서 발견된 日 야요이 토기


늑도 특별전은 단순히 1986년 경남 사천시 늑도에서 출토된 유물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주박물관은 일본 이키시립박물관과 손잡고 규슈 이키 섬 하루노쓰지 유적 출토품을 가져와 비교 전시했다.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주요 거점인 늑도와 이키 섬의 교류상을 생생히 보여주려는 취지다.

25일 찾은 전시장에서는 늑도에서 출토된 야요이 토기와 하루노쓰지에서 출토된 한반도계 토기를 나란히 진열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게 일본 혹은 한반도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늑도 토기 상당수는 두 줄의 돌대문(突帶紋·돋을띠무늬)이 둘러쳐 있거나, 달항아리처럼 표면이 둥글게 흐르다 아래로 확 좁아지는 기형 등이 일본 야요이 토기와 거의 같았다. 일본 이키 섬의 한 토기도 쇠뿔을 닮은 두 개의 손잡이(파수부)나 기형, 색상 등이 한반도 토기와 진배없었다.

학계는 적재 규모가 200t에 이른 신안해저선과 달리 늑도의 선박들은 연안을 운항하는 소형 목선이 주류를 이뤘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한일 해상교역도 늑도∼김해∼쓰시마 섬∼이키 섬∼규슈로 이어지는 중계 거점무역 형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시는 다음 달 16일까지.

○ 신안선-늑도 닮은꼴, 그리고 미스터리


국립진주박물관의 늑도 특별전에 전시된 ‘늑도 출토 야요이 토기’.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긴밀한 문화 교류를 엿볼 수 있다. 진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립진주박물관의 늑도 특별전에 전시된 ‘늑도 출토 야요이 토기’.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긴밀한 문화 교류를 엿볼 수 있다. 진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14세기 신안해저선이나 기원전 2세기 늑도는 큰 시차에도 불구하고 한중일을 잇는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실태를 보여준다. 실제로 신안해저선에는 중국 도자기뿐만 아니라 고려청자도 발견됐다. 특히 웍(중국식 조리기구)과 게다(일본 나막신), 고려식 청동숟가락이 나왔다. 약 60명이 탈 수 있던 신안선은 탑승자들의 국적도 국제적이었다. 늑도 역시 한반도, 일본뿐만 아니라 낙랑에서 만들어진 토기와 중국 동전이 대거 발견됐다.

그러나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은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신안해저선이 과연 한반도를 잠시 경유했는지, 경원∼하카타 직항로에서 멀리 떨어진 신안 앞바다까지 표류한 원인이 무엇인지다. 학계는 신안선이 갯바위나 암초와 충돌하면서 뱃머리 우현에 벌어진 틈으로 물이 들어와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늑도는 중계무역지로 번성하다 기원후 2세기 무렵 갑자기 쇠락한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동관 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해지역이 철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늑도가 쇠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 무렵 발견된 시신에 결핵을 앓은 흔적을 들어 전염병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진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신안해저유물전#늑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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