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일상사 엿보는 게임에 관객들도 동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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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게임’

연극 ‘게임’에서 주인공 애슐리와 킬리 부부의 외아들이 마취 총에 맞아 쓰러진 장면. 가족은 안락한 집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대신 게임의 실험 대상이 된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게임’에서 주인공 애슐리와 킬리 부부의 외아들이 마취 총에 맞아 쓰러진 장면. 가족은 안락한 집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대신 게임의 실험 대상이 된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난한 신혼부부에게 어느 날 달콤한 제안이 날아든다.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가가 고급 맨션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 단,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부부의 사생활을 그대로 노출하고,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마취 총에 맞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 신작 연극 ‘게임’의 이야기다.

무대 구조는 일반적인 극장과 다르다. 객석과 무대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씨름판처럼 객석 중앙에 무대가 있다. 관객 역시 극장에 들어선 순간 무대 위 부부의 사생활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게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의도한 구조다.

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무대 위와 TV 화면으로 나뉘어 등장한다. 무대 위에는 멋진 가구, 아늑한 침실, 깨끗한 욕실을 갖춘 좋은 집을 맘껏 누리며 행복해하는 신혼부부가 나오고, TV 화면에는 맨션 주변 안가에서 마취 총을 손에 쥔 채 낄낄거리며 부부의 삶을 엿보는 고객들의 모습이 비친다. 고객이 마취 총 한 발을 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만 원, 신혼부부인 애슐리와 킬리 둘 중 한 명을 맞히면 된다. 부부는 욕조 안에서 섹스를 하다가 마취 총에 맞기도 하고, 주방에서 서로 2세 계획을 이야기하다 쓰러지기도 한다. 다행히 마취 총에 맞더라도 생명엔 별 지장이 없다. 수분 내에 깨어나지만, 언제 날아들지 모를 총알에 늘 부부는 불안하다. 극은 인간의 존엄성과 잔혹성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부부 역의 전박찬, 하지은의 연기는 감성적이면서도 열정적이다. 천박한 고객 역을 맡은 여러 조연 배우들의 감초 연기도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연출 전인철. 5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1만∼3만 원. 02-708-5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게임#전박찬#하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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