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새 여행계약으로 저질관광 퇴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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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승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태승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단체 관광객에게 무리한 쇼핑을 강요하는 세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여행 주최자가 단체를 모집하여 실행하고 있는 단체여행의 경우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여행과 관련된 계약취소 거부, 여행지 안전사고, 일정 및 숙박지 임의 변경, 팁과 같은 추가요금 부당청구, 이른바 ‘랜드 여행사’라고 칭하는 현지 소규모 여행사의 횡포 등 다수의 피해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여행계약을 정면으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어 표준 약관의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해 많은 여행자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때마침 여행계약을 민법에 두는 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뒤 이달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국가는 여행업을 규제할 목적으로 ‘여행법’ 또는 ‘관광법’에서 여행계약을 함께 규율한다. 우리나라에도 ‘관광진흥법’이 있다. 그러나 규제의 목적이 아니라 일상적인 계약의 합리성,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것보다 일반법인 민법을 따르는 것이 옳다. 여행계약 체결에는 당사자 이외에 많은 사람이 관여하기에 그 법률관계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번에 시행되는 민법 규정의 주요 내용(제674조의 2∼9)은, 여행 출발 전 계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상대방이 보는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전제로 보장하고 불완전한 여행서비스에 대해선 여행자가 바로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여행 주최자의 담보책임을 부과했고 중대한 결함에는 여행자의 해지권을 보장했다.

또한 해외여행 중 부모의 사망처럼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해외에 있더라도 귀환운송에 따른 추가 비용 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여행자의 이 같은 권리와 어긋나는 약관이나 합의는 무효로 봐 그 실효성을 담보했다.

이 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은 당분간 사라지기 어려워 보인다. 다수의 시민이 이 법의 시행 사실을 알지 못하는 틈을 타 관광업계의 ‘갑’인 대형 항공사나 여행사가 음성적인 횡포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여행 주최자의 담보책임 부분이 가장 빈번하게 마찰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권리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여행계약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면 여행의 질도 높아지고 편안한 여행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여행계약이 여행표준약관에 따라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민법 규정과 어긋나는 약관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백태승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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