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회불평등 심화… ‘義’의 가치 되새길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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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의로움인가/임종진 지음/324쪽·1만6000원·글항아리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 ‘의(義)’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로 꼽힌다. 정의 예의 의리 등 ‘의’는 꼭 지켜야 할 행동이자 규범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 ‘의’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정확히 표현하기 쉽지 않다.

책은 동양의 ‘의’ 개념을 중국과 한국의 주요 사상가들을 통해 다각도로 보여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도(道)를 잃어버린 뒤 덕(德)이 나타나고, 덕을 잃어버린 뒤 인(仁)이 생겼고, 인이 사라지니 의(義)가 나타나고, 의를 잃어버린 뒤 예(禮)가 있으니, 예는 믿음이 사라지고 혼란으로 가는 시초다’라고 표현했다. 즉 자연스러움이 점차 구속된 상태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공자와 맹자는 ‘의’를 도덕적 정당성, 당위성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특히 맹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의’를 들었고 ‘의’의 실천을 가로막는 것은 ‘이(利)’에 대한 추구였다.

우리에게도 삼국시대 중국을 통해 유교가 들어오면서 ‘의’가 널리 퍼졌다. 예를 들어 ‘삼국유사’는 신라에 불교를 들여온 이차돈이 순교 직전 “임금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백성의 곧은 의리”라고 말했다는 것을 담았다.

고려 말 정몽주가 보인 군신 간의 의리는 조선 유학자들에게 귀감이 됐고, 조선 중기 남명 조식은 누구보다 의를 강조해 늘 차고 다니는 검에 ‘내명자경(內明者敬) 외단자의(外斷者義)’라는 글을 새겨 넣었다. 즉 경으로 마음을 밝히고 의로 이런 마음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의’가 실천 혹은 현실 참여를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동양의 이상적 ‘정의(正義)’를 사사로운 이익에 초연하거나 아니면 백성의 이익을 추구하는, 결국 분배의 실천이라고 정리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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