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책, 30대가 가장 많이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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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아직 젊긴 한데…. 젊으니까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입사 7년차 회사원 김모 씨(36)는 퇴근 후 종종 서점을 찾아 귀농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다. 한창 직장에서 일할 나이인 30대 중반의 그가 왜 귀농에 관심을 가질까. 그는 “현재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귀농 하면 흔히 은퇴를 앞둔 50대를 떠올리지만 최근 귀농 관련 책을 찾는 연령층은 김 씨처럼 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7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함께 2015년 귀농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30대 독자 비율이 33%로 가장 높았다. 40대(32.7%), 50대(24.1%), 20대(5.6%), 60대(3.9%) 순이었다. 2012∼2014년 귀농 책을 찾는 독자 중 40대가 가장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

최근 ‘시골생활’을 낸 문학과지성사 김가영 편집자는 “요즘 귀농 체험 신청자를 모집하면 30대 여성이 가장 많다”며 “이런 흐름이 도서 기획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귀농 도서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올해 귀농 도서 판매순위(표 참조)를 보면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 ‘텃밭백과’ 등 농촌 생활의 기초, 즉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는 귀농 분야 스테디셀러를 빼면 ‘창농으로 10억 부자농부 되기’ ‘젊은 귀농 부자들’ 등 귀농을 돈과 연결시킨 책이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창농으로 10억…’을 낸 라온북 출판사 노준승 편집자는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으로 판로 확보가 쉬워지면서 30대에게도 귀농이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반농반X의 삶’ ‘시골생활’ 등 농사일과 함께 저술, 예술창작, 봉사활동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거나 여러 명이 함께 농촌생활을 하는 귀농 공동체를 주제로 다룬 책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발간됐다. 예스24 조선영 도서팀장은 “일본의 경우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단순하게 살기’ ‘근본으로 돌아가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늘었다. 국내에서 귀농 공동체, 귀농과 일의 병행을 다룬 책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각박한 사회 환경 때문에 30대가 대안적 삶의 하나로 귀농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20대도 명퇴시키는 상황에서 도시의 삶은 인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시도로 귀농을 염두에 두면서 귀농 책 독자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귀농#시골#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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