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염희진]응답시리즈의 불패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염희진 문화부 기자
염희진 문화부 기자
‘응답하라1997’(2012년), ‘응답하라1994’(2013년)에 이어 최근 방영되고 있는 ‘응답하라1988’까지 이른바 ‘응답시리즈’는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만든 사람들은 모두 예능 출신이다. 총괄기획을 맡은 이명한 tvN 본부장과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는 KBS 예능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를 함께 만들었다.

같은 KBS 예능국 출신이자 이 드라마의 기획을 맡은 김석현 국장은 이를 두고 “선무당이 사람 잡은 격”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예능 출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와 다른 흥행공식을 썼다는 분석도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응답시리즈는 예능이나 시트콤에서 자리 잡았던 제작 시스템을 드라마에 접목시켰다. 기존 드라마가 메인 작가와 문하생 격인 보조작가로 이뤄진 도제 시스템이 대부분이었다면 응답시리즈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작가들과 프로듀서가 토론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집단창작 시스템으로 제작됐다.

제작진은 당시 시대를 살았던 수백 명을 인터뷰했고 이를 바탕으로 디테일한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적어도 한두 가지 이야기에 “그땐 그랬지”라며 동일시하고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시스템 덕이 크다.

둘째, 응답시리즈에는 스타 캐스팅이 없다. 여주인공을 맡았던 정은지, 고아라, 혜리는 걸그룹 출신이거나 연기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배우였다. 제작진은 흥행 보증을 위해 고가의 출연료를 지불하고 스타 배우를 캐스팅해 제작비를 올리는 기존 드라마의 악순환을 답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새로운 얼굴을 제시했고 아이돌 출신 배우나 중고 신인, 중견 배우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재발견됐다. 캐스팅 논란이 있어도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이는 제작진이 애초부터 배우의 연기력이나 인기를 캐스팅 기준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배우의 실제 성격이나 이미지가 제작진이 만든 캐릭터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졌다”고 말했다.

셋째, 응답시리즈는 분명한 시청자 타깃을 설정했고 그것을 영리하게 확장했다. ‘응답하라1997’과 ‘응답하라1994’는 대중문화 붐이 일었던 1990년대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며 20, 30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응답하라 1988’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라는 틀을 그대로 가져가되 그 당시 쌍문동에 살았던 이웃 간의 정을 그린 ‘가족극’을 표방하며 중장년층으로까지 시청자층을 넓혔다. 그 결과 10% 아래였던 1, 2편 시청률은 3편에서 13%대로 올랐다.

응답시리즈의 또 다른 성과는 지상파 위주의 시청 행태를 보이던 중장년층을 케이블TV로 끌어들이고, ‘TV 본방사수’에서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시청층이 TV를 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등 자극성 강한 ‘막장’ 요소 없이 이러한 성과를 일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염희진 문화부 기자 salthj@donga.com
#응답하라1997#응답하라1994#응답하라198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