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군 위치 평양이냐 요서냐… 한군현 놓고 ‘맞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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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왜곡대책委 ‘한국상고사 대토론회’
中고대사료 둘러싸고 시각차
비주류 “후한서 등 요서에 위치 언급”… 주류 “후대에 만든 주석일뿐” 반박
고고학적 증거에도 이견
주류 “평양인근 낙랑고분 3000여기”… 비주류 “유물 나왔다고 영토는 아냐”

《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킨 뒤 설치한 한군현의 위치를 둘러싼 상고사(上古史)의 진실은 무엇일까. 학계 통설은 한군현의 중심인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것이지만 재야 사학자들은 요서 지역에 있었다며 주류 학계를 ‘식민사관’이라고 비난한다. 가장 오래 존속했던 낙랑군의 위치를 정하면 나머지 군의 위치는 그에 따라 결정된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는 16일 ‘한국 상고사 대토론회, 한군현 및 패수 위치 비정(比定)에 관한 논의’를 열었다. 》

○ 중국 사료가 요서설 지지 vs 주석에 불과

통설을 지지하는 공석구 한밭대 교양학부 교수(고구려발해학회장)는 한반도에 있던 낙랑군이 멸망하면서 유민들이 요서로 옮겨감에 따라 혼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313년 고구려가 평양의 낙랑군을 멸한 뒤 낙랑 유민이 요서로 옮겨가면서 낙랑군이 요서에 새로 만들어졌다”며 “요서로 교치(僑置·땅 이름을 옮김)된 이후를 설명한 사료에 근거한 해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진나라 영역이 평양까지 이르렀다는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이나, 낙랑군이 처음부터 요서에 있었다는 재야 사학계의 주장 모두가 틀렸다는 것이다.

반면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갈석산을 지나면 조선’(‘회남자’) ‘낙랑군은 옛 조선국이다. 요동에 있다’(‘후한서’) 등을 비롯해 한군현 존재 당시의 중국 사료에 한결같이 낙랑군이 지금의 허베이 성 갈석산 부근에 있었다고 나온다”고 말했다.

낙랑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윤용구 인천도시공사 문화재담당 부장은 “한서의 해당 부분과 후한서 등은 후대에 주석을 달아 당나라 때 만들어진 자료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지리지에 언급되는 낙랑군의 급격한 인구 변화가 평양설을 뒷받침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 교수는 “한서, 후한서 지리지에는 낙랑군 호수가 6만2000호 안팎이라고 나오지만 진서 지리지에는 3700호로 급감한다”며 “그러나 요서 갈석산 지역에서는 인구가 급감할 정치적 상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구 감소는 고구려 공격 때문이다. 고구려가 지금의 베이징 부근까지 공격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했지만 공 교수는 “(인구 감소 기록이 나온) 당시 고구려가 갈석산 지역까지 공격했다는 기록은 사료에 전혀 없다”고 반박, 재반박했다.

○ 고고학적 증거와 삼국사기 기록도 논란

윤 부장은 광복 이후 평양과 인근에서 발굴된 낙랑고분 3000여 기와 1990년 평양에서 발견된 낙랑목간(낙랑의 25개 속현 호구 상황을 정리한 기록)을 평양설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주류 학설을 지지하는 복기대 인하대 융합고고학전공 교수는 “일본에서 중국식 동경(銅鏡)이 출토됐다고 일본이 중국 영토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삼국지 위서의 관련 기록도 공방 소재가 됐다. 이 소장은 “공손씨가 낙랑군 아래 대방군을 세웠다고 나오는데,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면 공손씨가 고구려를 지나 황해도에 대방군을 설치했다는 얘기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윤 부장은 “공손씨는 요동반도를 중심으로 한반도 서북과 산둥 반도를 포괄하는 해상왕 같은 지위였다”며 “4군 평정은 수도가 무너지면서 통치권이 바뀌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삼국사기 기록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복 교수가 “낙랑이 평양에 있어 백제와 400년간 붙어 있었다면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왜 4, 5번밖에 등장하지 않나”라고 묻자 공 교수는 “44년 고구려가 낙랑을 취해 살수 이남을 얻었고, 304년 백제가 낙랑의 서쪽 현을 빼앗고 낙랑태수가 보낸 자객에 왕이 죽었다는 내용 등 많은 기록이 있다”며 반박했다.

이날 양측 학자들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게 진정한 애국” “동북공정을 반박하는 게 진정한 학자의 자세”라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상고사 대토론회#낙랑군#한 무제#위만조선#상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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