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조명 꺼진 상설공연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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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일 (사)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
최광일 (사)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
6월 15일 점프 데이, 16일 페인터즈 데이, 18일 사춤 데이….

얼핏 보면 낭만적인 축제 릴레이 같아 보이는 이 일정들이 요즘 비언어(non-verbal·넌버벌) 상설공연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내·외국인 관객의 발길이 끊겨 버린 공연사들의 배우와 스태프가 객석 품앗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세월호 참사도 상설 공연장에 체험 학습 중단이라는 충격을 주었지만 안타까움과 애도의 분위기로 버텨 냈다면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당한 상설 공연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서울에만 넌버벌 상설 공연장이 14개에 이르고 2014년 외래 관광객 1400만 명 중 190만 명 이상이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공연 관광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또 공연 관광 클러스터와 한국형 블록버스터 넌버벌 공연의 탄생을 이야기할 정도로 경험과 마케팅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십수 년 동안 국내 야간 관광을 훌륭하게 채워 왔으며 공연 관람 후 만족도 조사에서 재방문 의사가 훨씬 높아질 정도로 한국 관광의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이 상설 공연들이다.

근래 한국 공연 관광 콘텐츠가 관광객 팽창 규모에만 집착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부작용이 따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연 수준도 문제지만 중화권 관광 시장의 저가 현상에 따라 관람료가 턱없이 낮아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2014년에 자력으로 상설 공연장을 2년 이상 운영한, 즉 일정 기간 관객에게 검증받은 대표적 넌버벌 콘텐츠들이 한국공연관광협회를 결성한 것도 이런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 모색의 차원이다.

그동안 공연관광이 한국 관광의 킬러 콘텐츠로서 기여해 온 공과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2013년 공연관광협회 회원사의 해외 공연 실적은 24개국 380여 회에 이른다.

그러나 작년 세월호 사고 때도 그랬지만 이번 관광기금 특별 지원 대상에서도 공연관광업은 제외됐다. 관광진흥법 17개 업종으로 제한한 공고를 보면서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리 융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보다 더 슬픈 이유는 따로 있다. 1년 365일 꼬박 외래 관광객에게 한국의 흥과 멋, 즐거움을 선사해 왔고 세계 메가 이벤트인 올림픽 박람회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매력을 과시했으며 관광박람회에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넌버벌 상설 공연의 존재감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관광 시장 재건과 진흥을 위한 정부의 특별 조치에 공연관광이 제외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900명 이상의 재능 있는 청년 인력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상설 공연장의 조명은 다시 환하게 켜져야 한다.

최광일 (사)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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