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서로 붙들고 엉켜있는 5인의 그룹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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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위해 눈을 사용한 일’展

정재욱의 석고 가변설치 ‘소나기’(2014년). 두산갤러리 제공
정재욱의 석고 가변설치 ‘소나기’(2014년). 두산갤러리 제공
여러 방면의 결과물을 이어 엮는 기획전에서 조밀함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구러 섭외한 작가 여러 명을 한공간에 몰아넣고 번드르르한 추상적 주제어를 던진 뒤 과거에 공개한 작품을 대강 소환해 짜 맞춘 흔적이 민망하게 도드라지기 일쑤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보기 위해 눈을 사용한 일’은 예외적인 사례다. 일부러 가보라고 권하기는 어렵지만 근처를 지나다 시간이 애매하게 비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그룹기획전의 흔한 맹점은 흐름 끊기다. 한 작가의 작품이 죽 이어지다가 다른 작가의 작품 모음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도대체 함께 전시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보기 위해…’전의 작가 5명은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표제에 따라 모두가 신작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유기적 흐름 속에 서로를 붙들고 엉켜 있다.

건축가 민서홍이 도입부에 설치한 ‘만화경’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작품의 실체와 전시장 속 허상을 관람객 움직임에 따라 교차시켜 보여주고자 한 장치”라고 했다. 은빛 섬유로 제작한 작은 ‘동굴’들이 시선을 서서히 끌어 모아 다른 네 작가가 운집한 안쪽 공간으로 인도한다. 벽화 3점과 설치물 1점은 서로를 모른 척하며 띄엄띄엄 나앉았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응집된 시선이 그 간격 사이의 이야기를 읽어내게 만든다. 6월까지 계속되는 강연, 공연, 영상 혼합 연례 이벤트 ‘두산인문극장 2015: 예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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