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방면의 결과물을 이어 엮는 기획전에서 조밀함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구러 섭외한 작가 여러 명을 한공간에 몰아넣고 번드르르한 추상적 주제어를 던진 뒤 과거에 공개한 작품을 대강 소환해 짜 맞춘 흔적이 민망하게 도드라지기 일쑤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보기 위해 눈을 사용한 일’은 예외적인 사례다. 일부러 가보라고 권하기는 어렵지만 근처를 지나다 시간이 애매하게 비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그룹기획전의 흔한 맹점은 흐름 끊기다. 한 작가의 작품이 죽 이어지다가 다른 작가의 작품 모음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도대체 함께 전시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보기 위해…’전의 작가 5명은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표제에 따라 모두가 신작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유기적 흐름 속에 서로를 붙들고 엉켜 있다.
건축가 민서홍이 도입부에 설치한 ‘만화경’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작품의 실체와 전시장 속 허상을 관람객 움직임에 따라 교차시켜 보여주고자 한 장치”라고 했다. 은빛 섬유로 제작한 작은 ‘동굴’들이 시선을 서서히 끌어 모아 다른 네 작가가 운집한 안쪽 공간으로 인도한다. 벽화 3점과 설치물 1점은 서로를 모른 척하며 띄엄띄엄 나앉았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응집된 시선이 그 간격 사이의 이야기를 읽어내게 만든다. 6월까지 계속되는 강연, 공연, 영상 혼합 연례 이벤트 ‘두산인문극장 2015: 예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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