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위인전 속 간디 아닌, 현실 속 간디를 말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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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와 맞선 사람들/박금표 지음/496쪽·2만 원·그린비

제목부터 낯설다. 간디에 맞섰다니? 인도 독립을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모든 인도 국민의 추앙을 받았다는 간디에게도 안티 세력이 있었나.

이런 의문은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간디가 위인전에서처럼 성인 노릇만은 할 수 없었다는 현실을 간과한 탓이다.

이 책은 인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노선과 입장이 달라 간디와 갈등을 빚었던 4명을 통해 ‘현실 속의 간디’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불가촉천민 출신인 암베드카르가 있다. 간디가 영국의 식민 통치에 반대해 스와라지(자치)를 주장한 데 비해 암베드카르는 인도 사회 내부의 차별, 즉 불가촉천민을 비롯한 카스트 제도의 철폐에 초점을 맞췄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이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이들만 따로 분리해 선거를 치르는 ‘분리선거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간디는 불가촉천민 문제를 힌두인의 각성과 반성으로 해결해야지 인도를 분열시킬 ‘분리선거제’로 해결할 수 없다며 목숨을 건 단식을 벌인다. 결국 간디의 극단적 선택에 압박을 느낀 암베드카르는 분리선거제를 포기한다.

간디의 비폭력 투쟁을 비판한 보세는 1939년 인도의 최고 의결기구인 국민회의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간디와 충돌한다. 보통 간디가 원하는 인물이 의장이 되는 관행을 뒤엎고 보세가 출마하는 바람에 경선을 벌이게 된 것. 국민회의 지도부가 보세의 후보 사퇴를 종용했지만 보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당선됐다. 간디는 ‘보세의 승리는 나의 패배’라고 하면서 지지파에게 국민회의를 그만두라는 암시가 담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보세는 결국 국민회의 의장을 포기하고 독일로 건너가 무장투쟁을 모색한다.

이 밖에 힌두의 이슬람 차별에 항의해 이슬람 분리 독립을 주장했던 진나와 이슬람에 관용적인 간디와 달리 힌두 국가 건립에 진력했던 사바르카르도 간디의 적수가 됐다.

비폭력, 계층과 종교 간 화합 등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했던 간디의 행동은 눈앞의 부조리한 현실을 ‘투쟁’을 통해 바꾸고자 했던 4명과는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간디가 당대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4명의 주장을 물리쳤지만 후대의 역사는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로 추앙받으며 그의 이상과 함께 성인으로 남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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