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 녹슨 철로… 산업사회 부산물에 대한 존경심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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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원 사진전 ‘Stained Ground’

장태원 씨가 지난해 4월 촬영한 미국 뉴욕 주 용커스 시의 옛 글렌우드 발전소 건물. 1906년 완공돼 오랜 기간 뉴욕 주 전체의 전력 공급을 맡았다. 촬영 직후 철거됐다. 장태원 씨 제공
장태원 씨가 지난해 4월 촬영한 미국 뉴욕 주 용커스 시의 옛 글렌우드 발전소 건물. 1906년 완공돼 오랜 기간 뉴욕 주 전체의 전력 공급을 맡았다. 촬영 직후 철거됐다. 장태원 씨 제공
사진을 예술이라고, 사진 찍는 이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까닭은 피사체의 형상과 함께 촬영자의 시각과 감정을 인화지에 담기 때문이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램프랩에서 개인전 ‘Stained Ground(얼룩진 대지)’를 여는 장태원 씨(38)의 사진에는 산업사회 부산물에 대한 그의 ‘존경심’이 또렷이 배어난다.

거대한 처치 곤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인 미국 필라델피아의 철강공장, 산자락을 깎아내고 들어앉은 일본 규슈의 수력발전용 댐 시설, 기차와 마지막으로 닿은 지가 언제인지 알 길 없는 폐역사의 녹슨 철로. 장 씨는 ‘아름다움’을 선뜻 연상시키기 어려운 이들 대상물로부터 한결같이 최대치의 아름다움을 뽑아낸다.

사진가로서 그의 주무기는 스위스제 지나 F2 대형 필름 카메라다. 1990년대까지 국내 사진관 촬영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커다란 카메라와 닮은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필름 크기만 각 변이 30cm, 20cm다. 장 씨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일본 한국 곳곳의 오래된 산업시설을 찾았다. 촬영은 야간에만 진행했다. 위치를 잡은 뒤 셔터를 열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8시간을 기다렸다.

“카메라 필름이 사람 눈과 다른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빛을 쌓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낮에 찍은 이미지처럼 환한 이미지도 있지만 조명을 쓴 것은 하나도 없다. 긴 시간 달빛을 끌어 모은 결과물이다. 달의 크기와 밝기에 따라 작업 시간이 달라졌다.”

조명 없이 화려하게 밝은 밤 풍경처럼 폐공장과 발전소 건물의 모습이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비주얼아트를 전공한 장 씨의 첫 작업은 개인적 기억을 모티브로 삼은 자화상 시리즈였다. 외연의 피사체를 찾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비판적 시각으로 산업시설에 접근했다가 차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시멘트회사에 다니셨다. 기차 운송이 얼마나 중요한지, 당신께서 하신 일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갖고 계신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산업시설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미와 형태가 바뀌는 인간사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02-6278-7178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장태원전#사진전#Stained Ground#얼룩진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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