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M, V, H, W의 이름으로 문단 금기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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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문인 10명 ‘익명소설’ 펴내

소설가 M, V, H, W…. 주목받는 젊은 문인 10명이 익명으로 쓴 작품 10편을 묶은 소설집 ‘익명소설’(은행나무·사진)이 출간됐다.

소설가 M과 W의 수다가 발단이 됐다.

문단 선배, 동료, 선생님들에게 듣는 말이 부담스럽다. “문장이 빠르지 않아야 한다” “SF 같은 거 쓰지 마라” “너 그런 거 쓰지 말고 하던 거 해라”라는 말을 빈번히 듣다보니 눈치를 보느라 썼다가 지운 소설도 많다.

작가의 이름이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책을 내면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강연과 사인회, 인터뷰도 당연한 수순이다. 때로 글을 쓰는 시간보다 브랜드 작업에 더 공을 들인다. 가끔 브랜드를 내려놓고 글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익명으로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이런 수다 끝에 M과 W는 “문단의 권위주의와 금기에 도발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전체가 전체를 억압하는 분위기에서 그동안 못 썼던 것, 진짜 쓰고 싶은 걸 써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두 소설가는 익명 소설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참여자가 돼서 다른 소설가들을 모집하러 다녔다. W는 “제안을 했을 때 극명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 흔쾌히 동의하거나 단칼에 거절하거나”라고 했다. 두 손 번쩍 든 소설가 10명이 ‘익명소설 작가모임’으로 모였다.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은 냉철한 소설을 쓴다는 평을 받는 한 작가는 야하고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을 내놨고, 한 여성 소설가의 작품은 ‘남자 작가가 쓴 게 틀림없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고 있다고 한다. 이진희 은행나무 주간은 “평소 작품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소설들이 나왔다”면서 “일반 독자들이 내용만 보고 작가의 정체를 눈치 채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 뒤에 숨은 소설가의 정체를 모두 아는 사람은 M과 W, 이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뿐이다. 이들은 책이 나온 뒤 1년간 비밀 유지 기간을 두고 그 이후에는 각자 판단에 따라 정체를 밝히거나 숨기기로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익명소설#작가#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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