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심리학 다룬 ‘미움 받는 용기’ 日서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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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청년과 哲人의 일상 대화로 아들러의 정신분석학 알기쉽게 풀이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인 알프레트 아들러. 그는 지크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과 함께 ‘정신분석학의 3대 거두’로 꼽힌다.

일본에선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룬 책 ‘미움 받는 용기(嫌われる勇氣·사진)’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매됐는데 현재 전자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9위에 올라와 있다. 정신분석학 서적이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진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들러는 의학으로 학위를 받고 의사가 됐지만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푹 빠진 인물이다. 하지만 인간의 성 본능을 중시하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거부감을 느껴 개인심리학 체계를 세웠다. 그리고 ‘열등감’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열등감을 느끼고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발전을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의외로 무척 쉽고 재미있다. 공동저자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58)와 고가 후미타케(古賀史健·41)가 아들러의 심리학을 재해석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집필했기 때문이다. 기시미 씨는 교토(京都)대에서 서양 고대철학을 전공했고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왔다. 고가 씨는 프리랜서 작가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과 철인(哲人)의 대화로 이뤄졌다. 청년은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없고 용모, 학력 등에 강한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설정됐다. 아들러의 연구 주제가 책의 등장인물인 청년에 투영된 것이다. 청년과 철인의 문답에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내용이 전개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철인=“내가 상담한 사람 중에 여학생 한 명이 있었네. 그는 사람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을 고쳐 달라 했어. ‘증상이 나으면 뭘 할 거냐’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고백하겠다’더군.”

▽청년=“사춘기 여학생다운 상담이군요. 고백 전에 안면홍조증부터 고치는 건 당연해 보이네요.”

▽철인=“내 생각은 달라. 그 학생은 스스로 안면홍조증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치면 안 돼.”

▽청년=“그럴 리가요.”

▽철인=“여학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고백한 남학생에게 거절당하는 거야. 안면홍조증이 있으면 고백할 수 없을 테고 그럼 실연당할 리 없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모든 불만을 안면홍조증 탓으로 돌리는 거야. 그 증상을 치료하면 불만을 돌릴 대상이 없어지고 자기주도적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

▽청년=“그럼 그대로 방치해 둬야 하나요.”

▽철인=“먼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를 가져야 돼.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이를 ‘용기 부여’라고 부르지.”

책 제목 ‘미움 받는 용기’가 열등감 극복의 단초가 됨을 알 수 있다. 여학생의 안면홍조증은 고쳐졌을까. 철인은 “모른다”면서도 힌트를 준다. “고교생 모임이 있었는데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먼저 여학생에게 ‘사귀자’고 말했다더군. 안명홍조증이 더이상 필요 없어졌으니 분명 나았을 거야.”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움 받는 용기#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알프레트 아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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