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 “기악-성악-연희 모두 어우러진 민속악 축제 선보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데뷔작 ‘合’ 무대에 올린 안숙선 명창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예술감독 데뷔작인 ‘합(合)’ 공연에 참가하는 연주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예술감독 데뷔작인 ‘합(合)’ 공연에 참가하는 연주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경기·서도민요 창자(唱者)들, 민요가 너무 늘어져. 무대를 내려올 때에는 치마 끝자락을 한손으로 살짝 집어 올리며 살포시 걷는 건 어떨까?”

9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안숙선 명창(65)은 무대 위가 아닌 객석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으로서 첫 공식 무대인 ‘합(合)’ 공연을 하루 앞두고 그는 관객의 시선으로 무대 조명부터 연주자들의 동작까지 꼼꼼히 살폈다. 때로 무대 위로 올라가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안 명창은 “지난해 예술감독에 취임하고 나서 5개월간 공들여 온 작품이라 애착이 크다”며 웃었다.

경서도 민요 공연 ‘서도 자진뱃노래, 경기 자진뱃노래’ 연습이 끝나자 안 명창은 두 줄로 앉아 있던 연주자들의 배열을 한 줄로 정리시켰다. 미묘한 차이였지만, 다소 산만한 무대가 한층 정리된 모습이었다. 유은선 연출가도 고개를 끄떡였다.

‘합(合)’ 공연은 기악, 성악, 연희 등 민속악 모든 분야를 서울·남원·진도·부산의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한데 모여 꾸미는 대형 무대. 연주자만 100명이 넘는다. 산조 합주를 비롯해 가야금 병창, 경서도 민요, 구음시나위, 판소리, 남도 민요, 판굿을 선보인다.

안 명창은 “그동안 상반기 성악, 하반기 기악 연주가 국악원 레퍼토리였다”며 “하지만 국악은 본래 기악, 성악, 연희 모두가 어우러진 것인 만큼 민속악의 축제로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 초유의 대형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안 명창은 남원, 진도, 부산을 찾아가 지역 단원들도 직접 섭외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인 안 명창은 1979년부터 국립창극단에서 춘향, 심청 등 주역을 도맡았던 국악계 최고 스타. “50년 넘게 무대에 서는 동안 늘 나 자신만을 생각했다”는 그는 “그런데 예술감독이 되고 나니 ‘어떻게 하면 단원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끝없이 고민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시나위 연주자들을 위해 직접 구음을 하고, 단원들과 함께 가야금 병창 무대도 꾸민다. 주인공이 아닌, 단원들을 받쳐주는 역할이다.

리허설이 끝난 뒤 그는 30년 전 자신의 일기장을 펼쳐 보였다. 1994년 9월 7일 일기엔 영국 런던 사우스뱅커센터에서 열린 안 명창의 판소리 공연에 대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리뷰 기사가 적혀 있었다.

‘…언어 탓에 한국식 오페라인 판소리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고 장단도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안숙선의 가슴이 터질 듯한 강렬한 소리, 미세한 음조의 변화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흥을 느꼈다. 그녀의 탁월한 노래 실력은 언어 장벽, 문화 차이라는 난관을 극복시켰다.’

안 명창은 “20년 전 판소리를 알지 못한 영국인을 감동시켰듯, 우리의 소리와 음악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감독으로서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10, 11일 오후 7시 반 국립국악원 예악당. 1만∼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