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보물이 아닌게 어색한 대어급 문화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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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소장품 ‘지정문화재’ 확대 추진

① 광개토대왕 명 청동그릇은 8·15광복 뒤인 1946년 우리 손으로 처음 발굴 조사한 호우총에서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② 장창골 석조미륵삼존불상은 본존이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倚子座)를 취한 유일한 삼국시대 불상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③ 드물게 뚜껑이 전해지는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매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④ 1932년 강원도에서 출토된 석함 속에서 발견된 이성계 발원 사리 갖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⑤ 작자 미상의 소상팔경도 가운데 ‘연사모종’. 안개 낀 사찰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화폭에 담았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① 광개토대왕 명 청동그릇은 8·15광복 뒤인 1946년 우리 손으로 처음 발굴 조사한 호우총에서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② 장창골 석조미륵삼존불상은 본존이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倚子座)를 취한 유일한 삼국시대 불상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③ 드물게 뚜껑이 전해지는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매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④ 1932년 강원도에서 출토된 석함 속에서 발견된 이성계 발원 사리 갖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⑤ 작자 미상의 소상팔경도 가운데 ‘연사모종’. 안개 낀 사찰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화폭에 담았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올 2월 ‘경주 이차돈 순교비’가 보물로 지정 예고되자 ‘왜 이제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국보급 문화재일 것 같은 유물 중엔 의외로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것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매매나 국외 반출 가능성이 높은 사찰, 대학, 개인 등 민간 소유 유물을 국보나 보물로 우선 지정해 왔기 때문이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리 강화 차원에서 ‘이차돈 순교비’를 시작으로 박물관 소장 유물의 국가지정문화재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재 1단계로 60여 건을 검토하고 2017년까지 수백 점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과연 어떤 ‘대어급 문화재’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까. 청과 박물관의 도움을 얻어 유력 후보를 미리 살펴봤다.

전남 나주 신촌리에서 발굴한 백제 금동관과 금동신발은 둘 다 국보, 보물로 손색없다. 옹관(甕棺·항아리 모양 관)에 들어있었는데, 은팔찌를 비롯한 장신구와 무기 농기구도 함께 나왔다. 경주 노서동 호우총에서 출토된 ‘광개토대왕 명 청동그릇(호우)’ 역시 그동안 지정문화재가 아닌 게 어색하다. 바닥에 ‘415년 광개토대왕을 기념해 만든 그릇(乙卯年國岡上廣開土地好太王壺우十)’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

통일신라 유물로는 ‘월지(月池) 금동 초 심지 가위(금동촉협·金銅燭鋏)’를 꼽을 수 있다. 흔히 안압지로 알려진 경주 월지에서 나온 이 유물은 이름 그대로 초 심지를 자르는 가위다. 손잡이에 새겨진 방울과 당초무늬가 아름답다.

1925년 경주 남산 장창골 석실에서 옮겨온 ‘장창골 석조미륵삼존불상’은 단단한 화강암 재질인데도 부드러운 온기가 배어나온다. ‘삼화령(三花嶺) 미륵삼존불’이라 불리기도 한다.

고려시대의 불화로는 ‘노영필 아미타구존도(魯英筆 阿彌陀九尊圖)’를 꼽을 수 있다. 고려청자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 매병’과 ‘청자 상감퇴화 풀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전자와 받침’도 유력하다. 이 매병은 뚜껑이 남아있는 드문 유물로 구름과 학의 여유로운 조화가 일품이다. 주전자의 퇴화(堆花)란 흑토와 백토를 물에 개서 그림 그리듯 문양을 그리는 기법을 일컫는다.

조선으로 넘어가면 회화가 푸짐하다. 중국 후난(湖南) 성 경치를 담은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한반도 산수화의 대표적 소재다. 국립진주박물관에 있는 16세기 작자미상 작품으로 8폭 그림이 쌍으로 대칭을 이루는 구도가 인상적이다. 또 겸재 정선의 초기작인 ‘정선필 신묘년 풍악도첩(辛卯年 楓嶽圖帖)’도 눈여겨볼 만하다.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를 열기 1년 전, 추종자 1만여 명과 금강산 비로봉에 모신 ‘이성계 발원 사리 갖춤’도 유력한 후보다. 사리를 봉안한 탑과 팔각당 모양의 그릇은 모두 은에다 금을 입히고 안쪽 은판에는 명문을 새겼다. 이를 넣은 청동, 백자그릇에도 글이 새겨졌다. 만들고 바친 시기와 참여 인사의 이름, 미륵을 기다린다는 발원이다. 그 민감한 시기에 불교성지인 금강산에 바쳐진 사리 갖춤은 무슨 뜻을 지녔을까.

조이영 lycho@donga.com·정양환 기자
#지정문화재#경주 이차돈 순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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