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의 신라, 다시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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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발굴 41년만에… 출토품 136건 1600여점 18일부터 전시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서조도 채화판. 전체적으로는 도넛 모양(오른쪽 작은 사진)이다. 채화판에 그려진 새들은 주로 봉황을 닮았으나, 몇몇은 쥐 같은 얼굴 생김새를 지닌 것도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서조도 채화판. 전체적으로는 도넛 모양(오른쪽 작은 사진)이다. 채화판에 그려진 새들은 주로 봉황을 닮았으나, 몇몇은 쥐 같은 얼굴 생김새를 지닌 것도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천마도에 이은 또 다른 신라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기마인물(騎馬人物)과 서조(瑞鳥·상서로운 새) 문양이 그려진 ‘채화판(彩畵板)’ 2점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17일 “18일부터 열리는 천마총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에서 천마총 출토품 136건, 1600여 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3일 공개했던 천마도 말다래 3점을 포함해 천마총 관련 유물 대부분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1973년 발굴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주목받는 유물은 역시 첫선을 보이는 기마인물도 채화판과 서조도 채화판. 둘 다 자작나무 껍질로 알려진 백화수피(白樺樹皮) 2장을 겹쳐 누벼서 만들었다. 바깥지름이 약 40cm로 둥그런 도넛 모양을 한 채화판은 이름 그대로 그림이 그려진 판을 뜻한다. 이런 밋밋한 이름이 붙은 데는 까닭이 있다. 출토 당시부터 천마도와 함께 큰 관심을 모았으나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구(馬具)나 관모(冠帽)의 일부가 아니겠냐는 추측도 있지만 명확한 용도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채화판은 천마도와 함께 5∼6세기 회화 작품이라 희귀하지만, 그간 상태가 좋지 않아 줄곧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문화재 보존과학이 발전하며 공개가 가능해졌다. 다만 지금도 손상 위험을 우려해 조명을 일반적 기준보다 2분의 1가량 낮춘 80럭스 이하의 조도(照度)로 하고, 전시 기간 동안 2번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기 꽂이’는 최근 보존처리 과정에서 본래 쓰임새가 밝혀진 유물이다. 발굴 초기에는 ‘금동제 선형금구(扇形金具·부채모양 금속제품)’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깃발을 꽂는 유물이었다. 용과 봉황 무늬가 새겨진 금동그릇과 연꽃무늬를 금입사(金入絲·표면에 금을 새겨 넣는 상감기법)한 칼 조각, 주둥이에 금 장식이 달린 토기 항아리도 복원 과정을 거친 덕분에 보다 온전한 형태로 만날 수 있게 됐다. 특히 금입사 칼은 백제와 가야 지역에서는 비교적 자주 등장했으나, 신라는 지금까지 경주 호우총(壺우塚) 출토품 1점밖에 없었다.

이 밖에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관(국보 제188호)과 금제관모(제189호)를 포함한 국보 4건, 푸른빛이 영롱한 보물 제620호 유리잔을 비롯한 보물 6건도 이번에 전시된다. 6월 22일까지. 무료. 054-740-75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신라#천마총#출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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