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girl]서울대병원 웃음치료 전문 간호사 이임선, 날 행복하게 하는 웃음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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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화선지에 동양화 채색, 30cm× 24cm, 2012년, 조재영 작.
웃음 화선지에 동양화 채색, 30cm× 24cm, 2012년, 조재영 작.
퇴근 후 차를 몰고 학원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2차로 도로 내리막길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15t 덤프트럭과 충돌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다행히 큰 외상이 없어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기적은 순간이었고 후유증은 오래갔다.

그는 3년간 목과 등의 통증, 손발 저림에 시달렸다. 아무리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었다. 생각은 부정적으로 흐르고 우울증까지 생겼다. 밝게 웃어본 게 언제였던가. 어느 날 무심코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웃음’이라는 단어를 쳤다. 레크리에이션 웃음, 웃음스쿨, 웃음치료협회 등 웃음치료를 하는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이임선 간호사(49)는 웃음치료와 만났다.

웃음치료 배우며 아픈 곳 신기하게 나아


이임선 간호사는 1987년부터 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내과 외과를 거쳐 1998년부터 가정의학과에서 근무. 2002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웃음치료를 배워 2005년부터 웃음치료교실을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초에 서울대병원 고객지원팀 웃음치료 전문 간호사가 됐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을 위한 웃음치료도 하고 있다.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유머와 웃음치료학과 겸임 교수. ‘웃음 치료학 개론’ ‘웃음, 나를 치유하는 힘’ 등의 저서가 있다.
이임선 간호사는 1987년부터 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내과 외과를 거쳐 1998년부터 가정의학과에서 근무. 2002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웃음치료를 배워 2005년부터 웃음치료교실을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초에 서울대병원 고객지원팀 웃음치료 전문 간호사가 됐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을 위한 웃음치료도 하고 있다.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유머와 웃음치료학과 겸임 교수. ‘웃음 치료학 개론’ ‘웃음, 나를 치유하는 힘’ 등의 저서가 있다.

“처음엔 일부러 웃음동작을 만들어 웃는 게 어색했지만 어쨌든 웃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웃음치료를 배우느라 실컷 웃은 날엔 통증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몸의 아픈 곳들이 씻은 듯 나았다. 신기했다. 그는 6개월간 여러 곳에서 웃음치료를 배웠다. 웃음치료사 자격증도 땄다.

이 씨는 당시 자신이 소속돼 있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의료진과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웃음치료를 시도해보았다. ‘건강증진을 위한 세미나’ 시간에 용기를 낸 것이다. 세 번 시도 끝에 간신히 웃음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었다.

그가 지금도 이끌고 있는 서울대병원 웃음치료교실은 2005년 유방암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우울증 환자를 비롯해 각종 질환을 앓는 환자까지 포함하는 강좌로 커졌다.

“웃음치료교실을 열게 되니 부담스러웠어요. 과학적 근거 없이 웃음치료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게 됐죠.”

그는 웃음치료에 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정의학과 의사들의 도움으로 웃음치료의 임상 연구결과를 밝힌 외국 논문과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억지로 웃어도 마음 밝아져


행복 화선지에 동양화 채색, 40cm× 32cm, 2013년, 조재영 작.
행복 화선지에 동양화 채색, 40cm× 32cm, 2013년, 조재영 작.
웃음치료사로서 이 씨는 웃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웃음은 얼굴 근육의 스트레칭이다. 입꼬리 당김 근육을 올리면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억지로 웃어도 마음이 밝아진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 연구로 밝혀졌죠.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폴 에크먼 박사는 ‘특정한 감정 표현을 흉내 내면 몸도 반응한다’고 단언합니다. 입꼬리를 올려보세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둘째, 웃음은 호흡음이다. 이 씨는 “호흡에 소리가 들어간 것이 웃음”이라고 말한다.

“웃을 때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됩니다. 또한 웃음은 횡격막(호흡근)의 수축에 의해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웃어도 성대가 상처를 입지 않아요. 며칠간 계속 웃어도 목소리가 쉬지 않죠.”

이 씨는 또한 웃음이 고정관념을 깨뜨린다고 주장한다. 웃음은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면서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어준다고.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 줄어


각 병원과 대학 중심으로 웃음에 관한 의학적 접근이 활발하다고 이 씨는 전한다.

“우울증 환자는 물론이고 각종 질환에 웃음치료가 시도되고 있죠. 가장 놀라운 건 암 환자들이 웃음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일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미국 인디애나 주 메모리얼 병원은 ‘매일 웃으면 생명이 연장된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량을 줄여주는 대신 몸에 좋은 호르몬들이 나오도록 해주기 때문이죠.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UCLA) 대학병원의 프리드 박사는 매일 45분씩 웃으면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어요. 웃는 동안 혈관이 이완되기 때문입니다.”

18년간 웃음을 의학적으로 연구한 미국의 리버트 박사는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의 피를 뽑아 분석한 결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NK 세포가 활성화된 것을 발견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웃음간호를 실시한 연구 결과도 있어요. 호흡, 맥박, 혈압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웃음이 장 운동을 촉진시킨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웃으면 염증수치가 내려간다는 것을 밝힌 임상 연구도 있다.

“웃음은 다이어트 효과도 있어요. 크게 웃을 때마다 우리 몸 근육 가운데 230여 개가 움직여요.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많은 거죠. 저도 웃음치료를 시작한 후 70kg 하던 몸무게가 16kg이나 빠졌어요.”

유치함이 천진난만한 웃음 끌어내

이 씨는 웃음도 운동과 같아서 점진적으로,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웃음으로 몸과 마음이 변하는 데는 최소 3∼4주가 걸린다고.

한편 이 씨는 웃음치료를 시작하던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을 지켜보며 웃음기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다들 중학생 때 가장 많이 웃잖아요? 딸아이는 생활 자체가 웃음이었죠. ‘왜 웃을까?’ 살펴보니 몸을 움직여 웃고 있을 때가 많았어요. 아, 지적인 고상한 웃음이 아니라 유치한 웃음기법이 필요하겠구나, 알게 됐죠. 웃음치료교실에서도 환자들이 아이같이 해맑게 웃을 때 건강을 되찾으시더라고요.”

이 씨는 “유치함이야말로 가장 천진난만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몸을 움직여 웃음을 끌어내고 놀이를 통해 단순하고 순수하게 웃으세요. 생각하지 말고, 따지지 말고, 그저 웃음이 나오는 대로 웃는 어린아이들처럼 웃어보세요. 그 순간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웃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자 자연 면역 시스템을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종합 예방 백신이에요.”

:: 조재영 작가는 ::


경민대 아동미술과 교수. 이화여대 미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졸업.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 졸업. 영국 브라이튼대 예술대학원 졸업. 홍익대 디자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저서로 어른을 위한 그림책 ‘조재영의 고향이야기’ ‘교회 없는 마을’이 있다. ‘조재영의 고향이야기’로 2003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올해의 그림 작가상’을 받았다.

기본 웃음 배우기

인상을 바꾸는 기본 웃음을 배워보자. 표정근 가운데 으뜸인 입꼬리 당김 근육을
탄력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다음을 하루 10회 이상 3주간 연습하면 확연히 달라져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1단계 사랑해 웃음 엄지와 검지를 벌려 양쪽 입술 끝에 얹어놓은 후 입술 끝을 살짝 잡아 올리며 “사랑해” “고마워” “좋아해” 등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말을 한다.이렇게 10초간 입꼬리를
올리고 나서 10초간 멈춘다. 수축과 이완이 중요하다.
▶2단계 오케이 웃음 입을 최대한 오므려 “오”소리를 낸다. 다음 “케이”소리를 내면서 입을
최대한 옆으로 벌리고 입꼬리를 올린다.

- 이임선 저 ‘웃음, 나를 치유하는 힘’ 중에서
글/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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