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日 명문대출신 니트족이 쓴 ‘빈둥빈둥 당당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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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뒹굴며 사는것도 삶의 방식… 가만있는게 상책인 사람들 많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파 지음·한호정 옮김/260쪽·1만2000원·동아시아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의 저자 ‘파’는 본명은 공개 안 하면서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얼굴 사진은 공개했다. 동아시아 제공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의 저자 ‘파’는 본명은 공개 안 하면서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얼굴 사진은 공개했다. 동아시아 제공
약 올랐다. 1978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근데 방 안에서 뒹굴며 하는 일 없는 인생에 만족하다니. 또 그걸 자랑이라고 높은 실업률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니트족(族)(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구직 노력 않는 실업 계층)’을 대변하는 책까지 냈다. 쯧쯧 혀 차는 소리도 들리지만, 부럽고 얄밉고 안쓰럽고 어이없다. 이 철없는 일본 놈팡이의 뇌 속엔 뭐가 들었을까.

―본명이 뭔가. 파(Pha)란 필명은 뭔 뜻인가.

“미안하다. 실명을 밝힌 적 없다. 이름이란 자신과 타인, 사회적 인간관계의 연결고리다. 난 그 굴레에서 벗어나 실체 없이 살고 싶다. 파도 유령이나 혼령을 뜻하는 ‘팬텀(phantom)’에서 따왔다. 그저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

―교토(京都)대까지 나온 명문대생이 뭐 하는 건가. 직장도 3년 만에 때려치웠더라.

“어릴 때부터 어디에 소속된 게 싫었다. 10대 땐 맘대로 살기엔 간이 작았다. 할 게 없어 공부했다.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대학도 회사도 버티기 힘들었다. 사람마다 적성이란 게 있으니까.”

―적성이 밥 먹여주나. 한국이면 ‘노력 없는 백수의 자기 옹호’라 비난받기 딱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어른들한테 혼 많이 난다. 반면 젊은 층은 공감하는 이가 꽤 된다. 일종의 세계관 차이인데…. 모두가 니트족이 되자는 소린 아니다. 일이 좋으면 일하고, 싫으면 관두잔 얘기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젊으니까 가능해 보인다. 나중에 당신들에게 들어갈 세금이 아깝다.

“나도 세금 낸다. 인터넷 광고나 중고 책 판매로 쥐꼬리만큼 버니까. 나이 들면 도움 받아야 하는 건 다 똑같다. 생각이 다르다고 사회 구성원이 아닌가. 뭣보다 국가보다 사람이 먼저다. 적게 먹고 적게 싸겠다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주라.”

―그럴듯하지만 사회에 별 관심 없는 것 아닌가? 제3세계 청년이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인정한다. 세상사엔 흥미 없다. 의지를 가진 분들이 잘하면 좋겠다. 가난한 나라면 불가능하단 말도 맞다. 하지만 노동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 니트족이라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게 우리가 바라는 세계다.”

―정신 차려라.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매일 전쟁과 갈등이 벌어진다.

“그게 니트족의 사고방식 때문일까. 아니다. 더 일하고 더 돈 벌고 더 가지려는 욕심이 빚은 결과다. 현대 사회는 충분히 풍요롭다. 만족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자신을 돌아보라. 어쩌면 그런 삶을 살지 못해 흥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맞다. 솔직히 배 아프다. 하지만 외톨이 삶이 부럽진 않다.

“좋은 타협점이다. 각자의 인생에서 장점을 찾으면 된다. 책을 쓴 것도 나처럼 살라는 게 아니다. 행복을 찾는 길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는 거다. 옛날에도 은둔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존중해 줬듯이. 최소한 니트족은 남에게 폐는 끼치지 않는다. 가만있는 게 상책인 사람들, 세상에 참 많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파#니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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