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권리 확대한 ‘백희나 표준계약서’… 출판사 vs 신인작가 甲乙관계 해소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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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절계약 등 불공정 관행 시정 내용… 강제력 없어 제도적 장치 뒤따라야

‘구름빵’은 반(半)입체 기법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보는 듯한 흥미로운 구성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랑받았다. 한솔수북 제공
‘구름빵’은 반(半)입체 기법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보는 듯한 흥미로운 구성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랑받았다. 한솔수북 제공
2013년 10월 2일자 A1면 보도.
2013년 10월 2일자 A1면 보도.
출판물 저작자의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한 가칭 ‘백희나 표준계약서’가 정부에서 처음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내 초안을 만들고 내달 7일 이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 열리는 공청회에는 저작자 관련단체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와 출판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참여해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표준계약서가 나오면 그동안 출판사와의 계약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작가들의 권리 신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표준계약서 작성에 나선 것은 그림책 ‘구름빵’의 작가인 백희나 씨의 불공정 계약 사례에 관한 본보 보도가 계기가 됐다.

연구 용역을 진행한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들이 느끼는 불만은 다음과 같다. △신인 작가의 경우 2차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까지 양도해야 하는 ‘매절(買切)’ 계약이 횡행하는 것 △전체 저작물(시집)뿐 아니라 그 일부(개별 시)에 대한 출판권까지 독점하는 것 △계약 만료 시 자동갱신을 통보해주지 않는 것 등이다.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이다. 따라서 이를 잘 준수할 수 있는 계도적 장치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영화계에선 정부가 스태프와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잘 이행하는 제작사에 제작비 지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김기태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작가 쪽에 치우친 계약이 많은 반면에 우리는 출판사에 기운 계약이 많다.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지면 시계추가 작가 쪽으로 기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4400억 가치 창출 그림책‘구름빵’… 캐릭터 저작권료 한푼도 못받아

2004년 단행본으로 나온 어린이 그림책 ‘구름빵’은 지금까지 4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정가 8500원인 이 책을 40만 부만 계산해도 34억 원의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 ‘구름빵’의 모든 저작권을 보유한 강원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구름빵’은 TV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44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한 경우 10%의 인세를 받는다. 정상 계약이었다면 백희나 작가(사진)는 3억4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어야 하지만 1850만 원만 받았다. 2차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료는 한 푼도 못 받았다. 반면 소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무명 작가였음에도 저작권 대행업체를 통해 저작권을 보호받고 인세와 영화 및 관련 상품 로열티를 통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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