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베토벤이 ‘자유에의 송가’ 썼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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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 동아일보DB
레너드 번스타인. 동아일보DB
올해 연말도 전국 각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7,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합니다.

이 작품의 4악장은 실러의 시 ‘환희에의 송가(An die Freude, Ode to Joy)’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가사를 들여다볼까요.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불꽃이여, 낙원의 딸들이여/ (…) 관습이 준엄히 갈라놓았던 것을 너의 마법은 다시 결합하노라/네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에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이처럼 기쁨을 통해 국적과 풍습을 넘어 하나가 되는 인류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가 원래 ‘환희’에의 송가가 아니라 ‘자유’에의 송가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1989년 성탄절,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동베를린의 ‘샤우스필하우스’에서 동서독, 미국, 소련, 프랑스 등 다국적 단원들로 구성된 악단을 지휘했습니다. 곡목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번스타인은 가사의 ‘환희(Freude)’를 ‘자유(Freiheit)’로 바꿔 부르게 했습니다. 그는 실러가 이 시를 발표할 당시 억압적인 정치 분위기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원래 썼던 ‘자유’를 ‘환희’로 바꾸었다는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그 말은 사실일까요? ‘환희’ ‘기쁨’은 좋은 일이 있을 때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지, 인류의 하나 됨 같은 결실을 낳는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자연스럽습니다. 대신 ‘자유’를 통해 인간이 하나가 된다는 말은 문맥상 자연스럽고 당시 독일 지식계의 기류와도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나 이 주장엔 함정도 있습니다. 비록 ‘심증’이 있더라도, 물증 즉 실러가 당초에 ‘자유’라고 썼다가 고쳤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베토벤이 ‘합창교향곡’과 비슷한 스타일로 쓴 ‘합창환상곡’ 가사에도 ‘외적인 평화와 내적인 희열이 행복한 자를 지배하나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시대에 ‘기쁨’이 이상적인 인간형의 일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 위대한 교향곡을 듣는 사람 저마다의 마음속에 있을 것 같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41

유윤종 gustav@donga.com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환희에의 송가#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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