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달라도 OK” 외계인이 본 지구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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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이경덕 글/224쪽·1만2800원/사계절

어느 날 헌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종이 뭉치가 발견됐다. 그건 놀랍게도 외계인들이 지구를 속속들이 살펴보고 쓴 보고서.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1000년은 가야 닿을 수 있는 케이 팩스 행성의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어울려 살기 전 현장조사를 벌인 것이었다. 인간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가졌지만 외계인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으로 인류의 문화를 살펴본다.

외계인들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진 자신들이 지구에 나타나면 지구인들이 마법사나 신으로 숭배하거나 전쟁을 걸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러면서 인류학자 로리스톤 샤프의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문명권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한다. 돌도끼를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짜인 호주의 이르요론트 부족에 선교사들이 쇠도끼를 선물하자 부족 사회에 큰 혼란과 변화가 일어났다.

이방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일이라고 해도 그 지역의 환경과 역사, 사회 상황에서 저마다 이유가 있어서 생겨난 것이다. 티베트의 전통 장례인 조장(鳥葬)은 사람이 죽으면 독수리에게 살점을 뜯어 먹게 하고, 남은 뼈는 갈아서 음식과 섞어 독수리에게 먹인다. 중국인과 서양인은 조장을 야만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티베트의 건조한 자연환경에서는 조장이 가장 적합한 장례 방법이다.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은 일부다처제이지만 히말라야 산맥 인근에서는 일처다부제를 선택했다. 히말라야처럼 척박한 곳은 인구가 최소한으로 증가하는 결혼 형태를 통해 일종의 산아제한을 하는 셈이다. 결혼의 여러 형태는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경제적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제도가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할 수 없다. 각 사회에 적합하게 이뤄진 선택일 뿐이다.

사회화, 성 역할, 놀이와 축제, 종교의 역할 등 다양한 지구의 문화를 낯선 외부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교과서적인 서술이 아니라 위트와 재치를 버무려 흥미를 돋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사회화#성 역할#놀이와 축제#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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