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이성한 청장 “간소화 면허 원상복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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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7시 00분


9. 안전은 ‘간소화’할 수 없다

윤재옥 의원, 국감서 면허제도 개선 요구
간소화 후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수 늘어
국민안전 중시 새 정부 시책과도 안 맞아

이 청장, 교육시간 부족 등 문제점 시인


이성한 경찰청장이 현재 13시간인 운전면허 의무교육시간을 간소화 이전의 60시간으로 원상 복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15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재옥 의원(새누리당)의 “현재의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는 안전을 중시하는 새 정부 시책과도 맞지 않는다.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는 질의에 “알겠다”고 답변했다. 이로써 2011년 6월에 개정된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정책이 원상복구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현행 운전면허시험제도는 2011년 6월에 개정된 버전이다. 이 제도의 특징은 면허시험제도의 간소화.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에 들어가는 국민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누구나 쉽게 면허를 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행된 제도이다.

하지만 기존 면허시험제도를 간소화하는 데에만 치중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안전’에 구멍이 났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점진적으로 감소하던 교통사고율이 간소화 정책시행 이후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강력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운전면허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 “간소화는 손톱 밑 가시 뽑으려다 손톱까지 뽑아버린 정책”

15일 윤재옥 의원(새누리당)은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 간소화와 교통사고 증가에 대해 질의했다. 윤 의원은 먼저 간소화 이전 통상 60시간이던 운전전문학원의 의무교육시간을 13시간으로 단축한 사실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13시간의 의무교육 시간이 OECD 국가의 평균 의무교육 시간에 비해 4분의 1 수준임을 언급했다.

윤 의원은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 미만의 초보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인정했다.

윤 의원은 “도로주행시험을 치르기 위해 임시로 발행하는 연습면허 소지자들의 교통사고 수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라며 “(간소화 정책은) 손톱 밑의 가시를 뽑으려다가 손톱까지 뽑아버린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윤 의원은 이후 보충질의를 통해 “현재의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는 안전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시책과도 맞지 않는다.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 잘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이 청장은 “알겠다”고 답변했다.

● 이성한 청장 “원상복구를 검토하겠다”

윤 의원이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은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정책 시행 이후 급증했다. 특히 운전면허를 신규 취득한 초보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크게 늘었다. 1·2종 보통면허 소지자 중 운전경력 1년 미만자가 유발한 교통사고의 경우 1만1601건에서 간소화 이후 1만4400건으로 껑충 뛰었다. 연습면허 소지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15건이던 사고 건수가 211건으로 늘어났다. 무려 83%나 폭증한 결과다.

경찰청은 그 동안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지만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 결과는 다르다. 2011년 22만1711건이던 교통사고 건수가 2012년에는 22만3656건으로 늘어났다. 23만1990건(2009년), 22만6878건(2010년)으로 줄어들던 교통사고가 간소화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경찰 측은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면허 취득자가 늘어나 교통사고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면허 취득자는 확실히 늘어났지만 어린아이도 쉽게 딸 수 있을 정도로 쉬워진 시험 탓에 막상 면허를 따도 실제로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음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속칭 ‘장롱면허’ 소지자들로, 운전교육업계에서는 이러한 장롱면허가 80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면허 취득자는 늘어났지만 실제 운전자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 아닌 만큼 교통사고의 증가를 ‘자연증가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정감사장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은 우리나라 운전교육시간의 부족과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새 정부의 정부시책과 맞지 않는 현행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의 원상복구 요청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경찰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 나라의 수호자이다. 지금 국민은 부실한 운전교육, 늘어나는 미숙 운전자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간소화’ 시키는 일은 더 이상 안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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