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의 캔버스로 구성한 초대형 유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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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호크니’전

개별 작업한 캔버스 50개를 이어 붙인 풍경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논의해 전시 공간에 맞춰 양 옆을 안쪽으로 47도씩 꺾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개별 작업한 캔버스 50개를 이어 붙인 풍경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논의해 전시 공간에 맞춰 양 옆을 안쪽으로 47도씩 꺾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예술가는 매력적이지만 피곤한 피사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브뤼노 몽생종은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촬영 허락을 얻어 낸 과정을 저서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에 꼼꼼히 기술했다. 읽다 보면 유비의 삼고초려쯤 예사로 여겨진다.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전은 그림과 함께 화가 호크니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 준다. 캔버스 50개를 이어 붙인 폭 12m, 높이 4.5m의 유채 풍경화 옆에 70대 백발 화가가 이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점점 더 커지는 그림’을 틀어 놓았다.

60분 길이의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브루노 볼하임 감독은 3년 동안 호크니의 일상을 쫓았다. ‘혼자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은 리흐테르가 몽생종에게 내건 것과 똑같다.

호크니는 젊은 시절 사진의 매력에 빠져 회화 작업을 멈추고 사진을 이어 붙여 표현하는 포토콜라주에 주력했다. 그러나 저서 ‘은밀한 지식’을 쓰면서 “카메라 프레임이 인간의 시선을 제한한다”는 결론을 얻은 뒤 데뷔 무렵 작업 방식으로 회귀해 붓과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갔다. 영화는 말년에 접어들어 평생 즐겨 쓴 도구에 휘둘리는 시선을 경계한 작가의 고민을 담담히 추적해 담았다.

호크니는 “회화가 카메라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면서도 50개의 캔버스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카메라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한다. “예술가의 말을 믿지 말고 작업을 믿으라는 말이 있죠”라며 웃는 그의 얼굴을 지켜보다 돌아본 호숫가 나무의 풍경. 단출한 듯 두툼하다. 02-2188-60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데이비드 호크니#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유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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