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신선함 없는 식상한 무대… 너무나도 길었던 100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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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리랑 랩소디’ ★☆

백정 박살제(왼쪽) 눈에 잘못 걸려 봉변당하는 극단장. 아베크파파 제공
백정 박살제(왼쪽) 눈에 잘못 걸려 봉변당하는 극단장. 아베크파파 제공
서울 종로구 동숭홀은 450석 규모의 꽤 괜찮은 중규모 극장이다. 길이 14.4m, 깊이 10.6m, 높이 6.6m의 프로시니엄(액자형) 무대가 모든 객석에서 그럭저럭 편안히 시야에 들어온다. 19일 막을 올린 ‘아리랑 랩소디’는 152.6m²가 얼마나 넓은 공간인지, 러닝타임 100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새삼 깨닫게 하는 연극이었다.

배경은 일제강점기 시골 마을. 유랑극단 ‘아리랑’의 야외 홍보 공연 도중 연극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단원 희준의 돌발 행동으로 극단 전원이 독립군 첩자로 오해받는다. 악랄한 일본인 지서장은 미모의 여성 단원 춘심을 넘기는 조건으로 마지막 공연을 허락한다. 그러던 차에 일제 앞잡이인 백정 박살제와 춘심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튼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한다. 이야기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의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열쇠는 익숙한 이야기를 얼마나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해 내느냐에 달렸다. 오래 묵은 노래를 다르게 편곡하고 연주해 낸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이 성공한 이유와 같다. 마임 배우 김성구가 홀로 조용히 열어 내는 서막은 독특한 변주의 경험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잠깐뿐이다. 뒤이어 북을 둘러메고 등장한 극단장이 무성영화 극장 변사처럼 구성진 목소리로 호응을 유도한다. 어색하게 이어지던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마을 청년들이 등장해 소리를 질렀다.

“나라가 망한 판국에 연극이라니! 정신 있는 사람들이오?”

아, 다행이다. 지금까지는 연극 속 연극이어서 그랬구나. 이제부터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겠지.

오해였다. 청년들이 합세한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신선함을 더할 요소로 선택한 듯한 배경음악인 ‘리얼그룹’의 아카펠라 아리랑은 마스터볼륨의 둔탁한 조절만 자꾸 귀에 걸렸다. 발성에 앞서 발음이 아쉬운 배우들도 눈에 띄었다. 희곡의 모티브는 2차 세계대전 나치 치하 세르비아를 배경으로 한 수작 소설 ‘쇼팔로비치 유랑극단’. 1월 80석 소극장에서 시작해 관객 호응에 힘입어 무대를 넓혔다. 확 넓어진 새 무대에서의 첫날이었기 때문이기를 바란다.

김경익 연출, 김진근 김병철 이남희 황석정 장재호 등 출연. 8월 11일까지. 3만∼6만 원. 070-4231-3468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아리랑 랩소디#일제강점기#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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