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러운 유머와 반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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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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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좋은 노동 나쁜 미술’전

김홍석의 ‘수줍게 악수를 청하는 남자’.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김홍석의 ‘수줍게 악수를 청하는 남자’.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토미술관 앞에는 검은색 대형 비닐봉투로 만든 듯한 강아지 형상이 놓여 있다.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차용한 ‘개 같은 형태’란 조각인데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보이지만 브론즈로 제작된 무거운 작품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낡은 종이상자와 침낭 같은 ‘허접한’ 재료를 쌓아올린 작품이 나오는데, 이것도 레진과 스테인리스스틸 등 값비싼 재료가 들어간 조각이다. 진짜와 가짜의 혼돈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텅 빈 방에 눈부신 조명만 비춘 작품의 이름은 ‘눈 크게 감고’. 작가와 작품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라는 의문에서 반어적 제목의 작품이 탄생했다. 붓 대신 걸레와 빗자루로 완성한 대형 회화도 걸려 있다.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미술가 김홍석 씨(상명대 교수·49)의 ‘좋은 노동 나쁜 미술’전에는 능청스러운 유머와 반전의 미학이 숨어 있다. 리얼리티와 픽션, 현실과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교직해온 작가는 자신이 쓴 텍스트부터 타인의 작품비평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능숙한 스토리텔러로서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이번 전시에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싸늘한 냉소가 공존하는 설치 조각 영상 퍼포먼스 등 29점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과 윤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그는 “미술 안에 속한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개념을 중시하는 현대미술의 특성 때문에 작가는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은 남의 손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작품이 탄생하고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협력자가 필요하지만 부와 명성은 미술가들이 차지하고 노동의 중요성은 간과되는 건 아닌지 곱씹어보자는 얘기다. 5월 26일까지. 2000∼3000원. 1577∼759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김홍석#좋은 노동 나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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