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는 있어도 몸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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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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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무용공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연습현장

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지하연습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안은미 씨(빨간 웃옷)와 안 씨가 안무할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출연 지원자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지하연습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안은미 씨(빨간 웃옷)와 안 씨가 안무할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출연 지원자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

춤추는 건 겹겹의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가능한 일일까.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40∼60대 아저씨들에게 춤은 무엇일까. 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지하연습실에 아저씨 6명이 모였다. 안무가 안은미 씨의 무용 공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오디션에 지원한 이들이다.

명목은 오디션이지만 안 씨는 애초부터 지원자 모두를 무대에 세울 계획이었다. 한국의 아저씨들이 선뜻 춤을 추겠다고 나설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디션이라도 보겠다는 적극적인 아저씨들을 모아 볼 심산이었다. 19일 1차 오디션에 참가한 9명과 이날 6명 지원자에, 안 씨가 다니는 은행의 과장, 동네 슈퍼마켓 주인 등 친분 있는 이들을 꾀었다. 소방관, 택시기사, 회사원 등 평범한 아저씨들이다.

수줍게 연습실에 들어선 성성열 씨(62)는 뮤지컬 배우 성두섭 씨의 아버지로 건설업과 무역업을 하다가 은퇴했다. 성 씨는 “아들의 팬 카페에서 오디션 안내를 봤다”면서 “무대에서 공연하는 아들의 심정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홍석주 씨(59)는 “무난하게 자라서 남들처럼 대학 졸업하고 직장 갖고 결혼해서 자식들도 장성했지만 이렇게 평범한 삶이 전부인가 하는 회의가 생겼다”면서 “춤을 통해 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물류회사를 경영하는 한성우(가명·58) 씨는 “춤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춤 공연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그저 아저씨들의 막춤이나 보여주려는 것이면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한 씨의 말에 예의 삭발한 머리에 연두색 털모자를 쓴 안은미 씨가 나섰다.

“‘막춤 추려는 거면 노 생큐’라고 하셨는데, 지금 순간을 살아가는 분들이 어떻게 춤을 추고, 이것이 어떻게 계승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음치는 있어도 몸치는 없습니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안 씨는 2011년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서 할머니들의 몸짓을, 2012년 ‘사심 없는 땐스’를 통해 10대들의 몸짓을 탐구해 공연으로 발전시켰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는 이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대에는 아저씨 하면 빠질 수 없는 ‘소주’를 상징하는 물을 뿌려 철벅거리게 만들 계획이다.

안 씨의 확신에 찬 한마디 한마디는 아저씨들의 긴장한 표정을 기대감으로 바꿔 놓았다. “무대에 서면 인간이 달라집니다. 숨어 있는 유전인자가 여러분을 도울 거거든요. 제멋대로 춤출 수 있는 짧은 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춤을 통해 숨겨둔 매력, 분노, 울분을 다 펼쳐 놓으시길 바랍니다.”

아저씨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3월 1∼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만∼3만 원. 02-708-5001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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